
오픈이노베이션 이야기를 시작할 때 저는 숫자부터 놓습니다. 분위기로만 얘기하면 각자 다른 그림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해마다 내는 기업활동조사가 있습니다. 조사 대상이 명확합니다.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인 회사법인입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어느 정도 몸집이 되는 기업은 여기 들어옵니다.
2024년 기준 대상 기업이 14,922개입니다. 그중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둔 곳이 1,060개입니다.
7.1퍼센트입니다.
5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숫자
한 해 수치만으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몇 해를 이어 놓아 보겠습니다.
| 연도 | 조사 대상 | 전략적 제휴 | 비율 |
|---|---|---|---|
| 2020 | 13,429개 | 919개 | 6.84% |
| 2022 | 13,824개 | 1,017개 | 7.36% |
| 2023 | 14,550개 | 1,035개 | 7.11% |
| 2024 | 14,922개 | 1,060개 | 7.10% |
2021년은 발표 자료 요약에서 이 항목이 빠져 공개된 수치가 없습니다.
제자리입니다. 그런데 이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대기업마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생겼고, 금융지주마다 육성 플랫폼이 붙었고, 지자체 오픈이노베이션 예산이 해마다 편성됐습니다. 행사에 모이는 기업 수는 계속 늘었습니다.
판은 커졌는데 손을 잡은 기업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이 대비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제휴를 한다는 기업도 아는 곳과 합니다
1,060개가 어느 쪽과 붙어 있는지를 열어보면 이야기가 한 겹 더 복잡해집니다.
기업과 스타트업이 붙는 건 거의 업종이 다른 조합입니다. 제조사가 인공지능 회사 기술을 들여오거나, 유통사가 데이터 분석 회사와 손잡는 식이니까요. 그런데 업종이 다른 국내 기업과 제휴한 곳은 259개에 그칩니다.
전체 조사 대상으로 다시 계산하면 1.7퍼센트입니다.
바깥의 것을 안으로 들여오는 게 이 말의 정의인데, 실제로는 서로 아는 사이끼리 하고 있는 셈입니다.
개발은 함께하는데 지분으로는 안 묶습니다
어떤 형태로 손잡는지를 보면 또 다른 게 나옵니다.
| 제휴 형태 | 비중 | 성격 |
|---|---|---|
| 공동기술개발 | 48.7% | 프로젝트 단위. 끝나면 관계도 끝납니다 |
| 기술제휴 | 45.1% | |
| 공동마케팅 | 43.4% | |
| 공동투자 | 20.7% | 돈이나 지분이 걸린 형태. 사람이 바뀌어도 남습니다 |
| 공동생산 | 13.8% | |
| 공동브랜드 | 12.0% | |
| 상호주식교환 | 5.5% |
복수응답이라 합이 100을 넘습니다.
기술을 함께 만들고 주고받는 항목이 위쪽에 있는 건 나쁘지 않은 신호입니다. 눈여겨볼 자리는 아래쪽입니다. 자금을 함께 넣은 경우가 다섯 중 하나, 주식을 주고받은 경우는 스무 곳 중 한 곳에 그칩니다.
이 대비가 왜 중요한지는 사람이 바뀌는 순간 드러납니다. 지분이 걸려 있지 않은 협업에는 후임자가 이어받을 근거가 없습니다. 앞사람이 벌인 일이고, 잘돼도 자기 실적으로 안 잡힙니다.
계약서에 남은 게 프로젝트 하나뿐이면 그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관계도 같이 끝납니다.
돈을 안 쓰는 게 아닙니다
같은 조사의 다른 항목을 붙여 보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2024년 연구개발비가 97조 1,000억원입니다. 그 전해 80조원에서 21.4퍼센트가 뛰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다루는 기업도 3,398개로 28.1퍼센트 늘었고요. 안을 들여다보면 클라우드 23.5퍼센트, 인공지능 18.7퍼센트, 빅데이터 16.5퍼센트, 사물인터넷 13.6퍼센트 순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진단이 바뀝니다.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닙니다. 개발도 하고 예산도 씁니다. 다만 그 활동이 전부 조직 안쪽에서 일어납니다.
바깥에서 사 오는 편이 시간도 비용도 덜 드는 사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어느 업종이 하고 있나
제조업 42.6퍼센트, 정보통신업 18.0퍼센트, 도소매업 10.3퍼센트, 전문·과학기술업 9.1퍼센트, 금융보험업 4.9퍼센트 순입니다.
제조업이 앞에 있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부품과 공정을 바깥에서 조달할 일이 원래 많습니다. 정보통신 쪽은 협업 자체가 업의 방식이고요.
눈길이 가는 건 아래쪽 업종입니다. 유통과 금융, 서비스. 이쪽에 기술 수요가 없어서 비율이 낮은 게 아닙니다. 절차를 모르거나, 지금 굳이 해야 할 이유를 아직 못 찾았을 뿐입니다.
판이 커지는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비율은 안 움직이는데 형태는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변화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세 번째를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비만으로 도는 사업은 예산이 멈추면 손에 잡히는 게 없습니다. 인맥이 남지 않느냐고들 하시는데, 그 인맥은 사업을 운영한 기관 쪽에 쌓입니다. 참여한 기업에는 안 쌓입니다. 그리고 운영기관이 이듬해 바뀌면 그마저 흩어집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것
Series map
오픈이노베이션을 단계별로 나눠 쓴 글입니다. 지금까지 12편이 올라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조직이 걸려 있는 칸부터 여십시오.
붙는 쪽에서 보면
실무 — 수요 정의부터 검증까지
검증이 끝난 다음
판을 쓰는 법과 깨지는 자리
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지금 우리 회사가 92.9퍼센트 쪽이라면, 뒤처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의 모두가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방향을 돌려 읽으면 이렇게도 됩니다. 7.1퍼센트 안쪽으로 한 발 들어가는 것만으로 상위 구간이고, 업종이 다른 상대와 제대로 붙는 1.7퍼센트에 들어가면 경쟁자가 거의 없는 자리에 섭니다.
다만 들어간다는 말이 행사 참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부스에 앉아 있는 기업 목록과 계약서에 이름이 올라가는 기업 목록은 서로 다릅니다. 그 사이에서 무엇이 새는지가 이 시리즈의 주제입니다.
지난 1년에 밖에서 가져온 건수
우리 회사가 지난 1년 동안 밖에서 가져온 기술이 몇 건인지 세어 보십시오. 위탁 개발은 빼고, 다른 회사가 이미 갖고 있던 것을 들여온 건만 세는 겁니다.
그 숫자가 0이면 92.9퍼센트 안에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필요가 없어서인지, 방법을 몰라서인지를 구분해 보십시오. 답이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다음 편 —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목적을 안 정하고 시작하면 벌어지는 일
자주 묻는 질문
국내 기업 중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는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국가데이터처 2024년 기업활동조사(잠정) 기준으로 조사 대상 14,922개 기업 중 전략적 제휴를 맺은 곳은 1,060개, 7.1퍼센트입니다. 다만 이 통계의 전략적 제휴는 공동마케팅과 공동생산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협업만 따로 세면 이보다 낮습니다.
전략적 제휴 비율이 늘고 있습니까?
2020년 6.84퍼센트, 2022년 7.36퍼센트, 2023년 7.11퍼센트, 2024년 7.10퍼센트입니다. 5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같은 기간 프로그램과 행사는 계속 늘었습니다.
제휴를 맺은 기업들은 누구와 하고 있습니까?
국내 동종기업 54.1퍼센트, 국내 주거래기업 42.3퍼센트, 국외 동종기업 26.3퍼센트, 국내 이종기업 24.4퍼센트, 국외 이종기업 7.3퍼센트입니다(복수응답). 다른 업종과 손잡는 경우를 전체 조사 대상으로 환산하면 1.7퍼센트입니다.
제휴는 주로 어떤 형태로 이루어집니까?
공동기술개발 48.7퍼센트, 기술제휴 45.1퍼센트, 공동마케팅 43.4퍼센트, 공동투자 20.7퍼센트, 공동생산 13.8퍼센트, 공동브랜드 12.0퍼센트, 상호주식교환 5.5퍼센트입니다. 개발은 함께하면서 지분으로는 안 묶는 구조입니다.
기업들이 혁신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2024년 연구개발비는 97조 1,000억원으로 전년 80조원에서 21.4퍼센트 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기업도 3,398개로 28.1퍼센트 늘었습니다. 안에서 만드는 데는 돈을 쓰는데 밖에서 가져오는 비율만 안 움직입니다.
어느 업종이 제휴를 많이 합니까?
제조업 42.6퍼센트, 정보통신업 18.0퍼센트, 도소매업 10.3퍼센트, 전문·과학기술업 9.1퍼센트, 금융보험업 4.9퍼센트 순입니다. 부품과 공정을 밖에서 조달할 일이 많은 업종이 위에 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자료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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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오픈이노베이션 트렌드를 숫자로 먼저 확인합니다」. younsubjung.com, 2026.09.11. https://younsubjung.com/blog/oi-trend-2026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oi-trend-2026">정윤섭, 「오픈이노베이션 트렌드를 숫자로 먼저 확인합니다」</a> (younsubjung.com,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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