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시작할 때 가장 흔한 출발이 이렇습니다. 대기업 프로그램을 참고합니다. 공개 모집을 하고, 피칭을 듣고, 상담회를 열고, 실증을 붙입니다.
그런데 첫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생각만큼 안 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건 그 자체가 이력이 됩니다. 회사 이름을 아니까요. 중견기업은 그 효과가 약합니다. 같은 시간을 쓴다면 인지도가 높은 쪽에 씁니다.
그래서 모아놓고 고르는 방식이 잘 안 됩니다. 규모에 맞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다.
중견기업의 강점은 자본이 아니라 깊이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에서 갖는 카드가 다릅니다.
초기 기업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급한 건 실제로 써본 곳입니다. 라인에 한 번 붙여본 이력이 있으면 다음 영업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견기업은 그걸 줄 수 있습니다. 대기업보다 결재가 짧고, 현장 접근이 빠르고, 대표가 직접 결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걸 앞세우면 인지도 열세를 상당 부분 상쇄합니다.
상대의 단계에 맞춰야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모든 회사를 대하면 대부분 헛돕니다. 상대가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붙일 수 있는 게 다릅니다.
| 제품 이전 단계 | 제품이 있고 검증이 필요한 단계 | 이미 매출이 나오는 단계 | |
|---|---|---|---|
| 대기업 | 육성 프로그램, 시드 투자 | 실증, 구매 계약 | 전략 투자, 인수 |
| 중견기업 | 공동 연구개발, 정부 과제 연계 | 실증, 납품 | 조인트벤처 |
| 중소기업 | 기술 제휴 | 공동 개발 | 판로 공유 |
표의 왼쪽 칸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이 아직 없는 회사에 구매를 제안하면 진행이 안 됩니다. 살 물건이 없으니까요. 이 단계는 같이 만들거나 키우는 구간입니다.
오른쪽 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매출이 나오는 회사에 무상 실증을 요구하면 대개 거절당합니다. 그 회사는 이제 검증이 필요한 단계가 아닙니다.
정부 과제를 레버리지로 쓰는 자리
중견기업이 대기업보다 유리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부 과제와 결합하기 좋다는 겁니다.
구매조건부 연구개발처럼 수요기업으로 참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기술을 정의하고, 개발은 상대가 하고,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산학연 협력 과제도 같은 성격입니다.
이 구조의 값은 두 가지입니다. 우리 예산 부담이 줄고, 상대에게는 정부 과제 선정이라는 이력이 남습니다. 양쪽 다 얻는 게 있어서 참여 유인이 생깁니다.
전담은 두 세 명, 나머지는 밖을 쓰십시오
대기업이라면 발굴·검증·조율·계약을 네 자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에서 그 인원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누는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안에 둘 것과 밖에 맡길 것으로요.
세 번째 칸을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밖에서 가져온 기술을 내부 연구개발 조직이 검토하면, 상당한 확률로 「그거 우리가 하면 됩니다」가 나옵니다.
이게 방어적인 태도라서만은 아닙니다. 만들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안에서 만들면 몇 년이 걸리고, 밖에서 가져오면 몇 달입니다. 그 차이를 판단하는 쪽을 내부에만 두면 대개 안에서 만드는 쪽으로 결론이 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적으십시오
중견기업 담당자를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괜찮은 회사 있으면 연결해 주세요.」
이 문장으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괜찮다는 기준이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필요한 건 사업부 인터뷰입니다. 여섯 가지를 물으시면 니즈가 나옵니다.
이걸 정리하면 부수 효과가 하나 더 생깁니다. 우리가 필요한 걸 먼저 공개할 수 있습니다.
공개 모집으로 지원자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는 이런 문제를 풀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를 먼저 내놓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지원자가 적어도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인지도가 약한 조직에는 이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좋은 모델을 가져올 때 생기는 일
마지막으로 하나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건 좋습니다. 다만 모델을 가져오면서 집행 방식을 우리 식으로 바꾸면 원래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선별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입니다. 좋은 곳을 골라 돈을 주면 그 기업은 지원 기간에 성장합니다. 그런데 지원이 끝나면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갑니다. 밖에서 온 자원이 안에 남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래 버티는 구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민간 자금이 앞에 들어갑니다. 자기 돈이 걸려 있으면 프로그램이 끝나도 그 관계를 챙길 이유가 남습니다.
중견기업이 참고할 지점이 여기입니다. 정부 사업으로 시작하더라도, 우리 예산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구조로 설계하십시오. 그 액수가 크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돈이 들어간 사업은 담당자가 다르게 봅니다.
사업부 책임자에게 물어볼 한 가지
사업부 책임자 한 명에게 위 여섯 질문 중 네 번째를 물어보십시오. 내부에서 개발하려다 포기한 게 있는지.
답이 나오면 그게 첫 과제입니다. 이미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안에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 확인된 항목이니까요. 밖에서 가져올 근거가 이보다 분명한 자리는 없습니다.
다음 편 — CVC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지분으로 묶는다는 것의 의미
자주 묻는 질문
중견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담을 몇 명 두어야 합니까?
2~3명이 현실적입니다. 대기업처럼 발굴·검증·조율·계약을 다 나누기는 어렵기 때문에, 조율과 계약을 내부에 두고 발굴과 기술 검증은 외부를 쓰는 구성이 낫습니다.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자본이 제한적인 대신 특정 분야에서 깊습니다. 그래서 지분 투자나 인수보다 공동 연구개발과 납품 관계가 더 잘 맞습니다. 그리고 구매조건부 연구개발이나 산학연 협력 과제 같은 정부 과제를 레버리지로 쓸 수 있습니다.
협업 상대의 단계에 따라 무엇이 달라집니까?
제품이 없는 초기 기업에는 공동 개발이나 정부 과제 연계가 맞고, 제품이 있고 검증이 필요한 단계에는 실증과 납품이 맞습니다. 이미 매출이 나오는 회사는 무상 실증을 할 이유가 없어서 조인트벤처나 구매 계약이 논의 대상이 됩니다.
정부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을 쓰는 게 좋습니까?
마중물로는 좋습니다. 다만 정부 예산으로만 굴러가는 구조는 예산이 끊기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사업 기간 안에 계약이나 납품 관계가 남도록 설계하셔야 합니다.
중견기업이 흔히 하는 실수는 무엇입니까?
대기업 프로그램을 그대로 축소해서 따라 하는 겁니다. 공개 모집을 하고 피칭을 듣고 상담회를 여는 방식은 브랜드 인지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지원자가 안 모입니다. 필요한 기술을 먼저 공개하고 그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방식이 규모에 맞습니다.
기술 니즈는 어떻게 정의합니까?
사업부 인터뷰부터 시작하십시오. 시간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아직 손으로 하는 반복 업무가 있는지, 지난 1년에 크게 터진 게 무엇인지, 직접 만들려다 접은 게 있는지, 경쟁사는 하는데 우리만 못 하는 게 있는지를 물으면 과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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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중견기업이 대기업 방식을 그대로 쓰면 어긋납니다」. younsubjung.com, 2026.09.10. https://younsubjung.com/blog/oi-strategy-mid-size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oi-strategy-mid-size">정윤섭, 「중견기업이 대기업 방식을 그대로 쓰면 어긋납니다」</a> (younsubjung.com,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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