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업이 담당자와 함께 사라지는 걸 몇 번 겪고 나면 같은 결론에 닿습니다. 프로젝트만으로는 관계가 안 남는다는 겁니다.
계약서에 프로젝트 하나만 적혀 있으면, 그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관계도 끝납니다. 후임자에게는 이어받을 근거가 없습니다.
지분은 다릅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고, 회사가 그 관계를 관리할 이유가 생깁니다.
CVC가 늘어나는 속도
2025년 12월 시점에 벤처투자회사 명부에 올라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탈이 65곳입니다. 전체 249곳 가운데 26.1퍼센트를 차지합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그해 새로 등록한 일곱 곳 가운데 셋이 기업형이었습니다. 같은 해 일곱 곳이 명부에서 빠져 총수는 그대로였는데, 기업형을 제외하고 세면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대기업만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자회사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부터 정합니다
투자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 얼마를 벌었는가로 끝납니다. 들어가는 값이 싸야 하고 나올 길이 보여야 합니다. 기준이 분명해서 평가에 다툼이 없습니다.
전략적 투자. 우리 사업에 무엇이 붙는가로 봅니다. 값이 다소 비싸도 본업에 도움이 되면 검토합니다. 대신 결과가 몇 년 뒤에 나오고, 그 결과를 숫자로 만들기가 까다롭습니다.
기업형 벤처캐피탈은 거의 다 뒤쪽을 내걸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연말 평가는 수익률로 받습니다.
여기서 담당자가 곤란해집니다. 사업 시너지를 보고 투자했는데 연말에 수익률로 평가받으면, 다음부터는 시너지보다 수익이 확실한 곳을 고릅니다. 그러면 일반 벤처캐피탈과 다를 게 없어지고, 「왜 우리가 이걸 하느냐」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목적을 정했으면 평가 기준을 거기 맞추십시오. 전략적 투자라면 사업부 도입 건수, 원가 절감액, 신규 매출 같은 지표가 들어가야 합니다.
기업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초기 기업은 매출이 적거나 없어서 배수 지표를 쓰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쓰는 방법은 넷입니다.
네 번째를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3년에 걸쳐 일정 금액을 써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면, 그 금액이 판단의 상한선이 됩니다. 그보다 적게 들여 확보할 수 있으면 계산이 맞는 겁니다.
얼마나 살 것인가
지분율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다음 투자자가 들어올 자리를 남겨두십시오
CVC 투자에서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실수입니다. 권리를 많이 확보하려다 후속 라운드를 막아버리는 겁니다.
세 가지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먼저 살 권리를 넓게 잡았을 때. 새 투자자가 검토를 시작하려는데 우리가 그 물량을 먼저 가져갈 수 있으면, 상대는 실사에 시간과 비용을 쓸 마음이 없어집니다.
동의를 받아야 할 항목이 많을 때. 웬만한 결정마다 우리 서명이 필요하면 회사가 못 움직입니다. 게다가 뒤에 들어오는 투자자도 같은 권리를 달라고 하게 되어 결정이 더 막힙니다.
독점을 세게 걸었을 때. 우리에게만 납품하게 묶으면 그 회사 매출이 한 곳에 갇힙니다. 매출이 안 늘면 값이 안 오르고, 값이 안 오르면 우리가 들고 있는 지분도 제자리입니다.
세 번째가 특히 역설적입니다. 우리 이익을 지키려고 넣은 조항이 우리 자산 가치를 깎습니다.
독점을 요구해야 한다면
경쟁사가 같은 기술을 쓰는 걸 막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럴 때 쓰는 방법이 셋 있습니다.
범위를 좁히십시오. 전 산업 독점이 아니고 우리 업종 안에서, 또는 특정 용도에 한해서로 한정하는 겁니다. 상대는 다른 시장에서 매출을 낼 수 있고, 우리는 경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줄 물량을 함께 적으십시오. 묶어두기만 하고 안 사면 상대는 시장만 잃습니다. 최소 물량이 계약에 있으면 독점을 요구할 명분이 생깁니다.
기간을 정합니다. 무기한 독점은 대개 분쟁으로 갑니다. 2년이든 3년이든 끝이 있어야 하고, 연장 조건을 함께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CVC를 만들 것인가, 기존 투자사와 함께할 것인가
처음부터 별도 법인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CVC를 만드는 경우는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고, 전용 인력을 둘 수 있고, 자체 판단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싶을 때입니다. 대신 등록 요건과 인력 확보라는 문턱이 있습니다.
기존 투자사와 함께하는 경우는 시작이 가볍습니다. 조합에 출자자로 참여해서 그 투자사의 심사 역량과 후보군을 쓰는 방식입니다. 대신 우리가 원하는 분야만 골라 담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이라면 뒤쪽부터 시작해서 흐름을 익히고, 건수가 쌓이면 앞쪽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무난합니다.
협업에서 투자로 넘어가는 시점
붙은 건이 전부 투자로 이어질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신호가 보이면 한번 검토하실 만합니다.
실증이 성공했고 사업부가 계속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다른 곳과도 일하고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 같습니다. 또는 그 회사의 다음 자금 조달이 불투명해서, 우리가 의존하기 시작한 기술이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공급 안정성의 문제입니다. 지분은 여기에 대한 답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에는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검증이 안 끝났거나, 대체 가능한 공급처가 여럿이거나, 우리 사업에서 그 기술의 비중이 작을 때입니다.
이 회사가 내년에 없어지면
지금 진행 중인 협업 목록을 놓고 한 칸을 추가해 보십시오. 「이 회사가 내년에 없어지면 우리 사업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
답이 「별일 없다」인 건은 투자를 검토할 이유가 없습니다. 답이 「라인이 선다」인 건이 있다면, 그 건은 계약서만으로 관리하기에는 위험이 큽니다.
다음 편 — 오픈이노베이션 PoC 설계, 범위·기간·비용·성공 기준 정하는 법
자주 묻는 질문
국내 CVC는 몇 곳이나 됩니까?
2025년 12월 기준으로 벤처투자회사로 등록된 CVC가 65곳이고 전체 벤처투자회사 249곳의 26.1퍼센트입니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등록된 곳까지 합치면 120곳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2023년 53곳에서 계속 늘고 있습니다.
CVC 투자는 일반 VC 투자와 무엇이 다릅니까?
목적이 다릅니다. 재무적 투자는 수익이 목적이라 밸류가 싸야 하고 회수 경로가 보여야 합니다. 전략적 투자는 우리 사업과의 시너지가 목적이라 밸류가 다소 높아도 사업에 붙으면 검토합니다. CVC는 대개 전략적 투자를 표방합니다.
지분은 몇 퍼센트를 갖는 것이 좋습니까?
5~15퍼센트가 가장 많습니다. 부담이 적고 상대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15~30퍼센트면 이사 지명권이나 주요 의사결정 동의권을 요구할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가 부담스러워합니다. 30퍼센트를 넘으면 사실상 계열사가 되어 스타트업의 장점이 사라집니다.
초기 기업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판단합니까?
매출이 적어 배수 지표를 쓰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직전 라운드 기준, 유사 기업 비교, 매출 배수, 전략적 가치 반영 네 가지를 씁니다. 네 번째가 CVC의 강점인데, 우리가 직접 만들 때의 비용을 상한선으로 놓고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지분을 사면 그 기술을 쓸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지분 20퍼센트를 확보해도 기술 사용 권한은 별도 계약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직접 개발 비용을 상한선으로 삼는 계산은 인수나 전용실시권을 검토할 때 쓰는 것이고, 소수 지분 투자에서는 지분 가격에 라이선스 비용을 더해서 비교해야 정확합니다.
독점 공급 조항을 요구해도 됩니까?
요구할 수 있지만 범위와 기간을 좁히십시오. 독점 범위를 우리 업종이나 특정 용도로 한정하고, 최소 구매 물량을 함께 넣고, 기간을 정해두는 방식입니다. 독점이 넓으면 그 회사 매출이 안 늘고, 매출이 안 늘면 기업가치가 안 올라 우리 지분 가치도 같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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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CVC 투자, 지분으로 묶으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younsubjung.com, 2026.09.12. https://younsubjung.com/blog/oi-cvc-strategy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oi-cvc-strategy">정윤섭, 「CVC 투자, 지분으로 묶으면 무엇이 달라집니까」</a> (younsubjung.com,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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