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C는 끝났는데 왜 구매로 안 이어집니까
결과는 나왔고 담당자도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검증과 구매 사이에는 관문이 넷 있고, 그 넷은 기술과 상관이 없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자리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이겁니다. 「검증은 잘 끝났는데 그다음이 없습니다.」
기술이 안 됐던 게 아닙니다. 담당자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 발주가 안 옵니다.
이런 자리를 여러 번 보고 나면 원인이 같은 곳에 모입니다. 검증을 판정한 사람과 구매를 판정하는 사람이 다릅니다.
검증이 끝나면 질문이 바뀝니다
현업은 「이게 되는가」를 봤습니다. 그 질문은 검증으로 끝났습니다.
그다음 문서가 올라가는 곳에서는 다른 걸 봅니다. 올해 예산에 있는가. 등록된 회사인가. 이 금액이면 결재를 누가 하는가. 고장 나면 누가 고치는가.
네 질문 모두 기술과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넷을 못 넘으면 아무리 좋은 결과도 서랍에 들어갑니다.
예산 주기를 모르고 일정을 짜면 한 해가 날아갑니다
대기업 예산은 대개 그 전해 하반기에 잡힙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9월에서 11월 사이에 다음 해 계획이 확정되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2월에 시작해 5월에 끝난 검증이 있다고 해 보십시오. 결과는 좋습니다. 그런데 올해 예산에는 이 항목이 없습니다. 이미 짜인 예산이니까요.
그러면 담당자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입니다. 「내년 예산에 넣어 보겠습니다.」
내년이면 1월부터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해 안에 다시 품의를 올려야 합니다. 그사이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부터입니다.
그래서 검증 일정을 짤 때 첫 질문이 이겁니다. 「이 회사 예산은 언제 짭니까.」
대개는 알려 줍니다. 물어보는 회사가 별로 없어서 그렇지 비밀도 아닙니다. 그 시점에서 역산해 검증 결과가 예산 편성 회의 전에 나오도록 잡으면, 같은 일을 하고도 한 해를 벌 수 있습니다.
협력사 등록은 검증하는 동안 같이 밟습니다
구매 부서 입장에서 신규 거래처는 위험입니다. 그래서 등록 절차가 있습니다.
보통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사업자등록증과 재무제표 몇 년치, 4대보험 가입자 명부, 품질과 보안 관련 문항, 경우에 따라 현장 실사. 회사에 따라 신용평가 등급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절차가 몇 주 걸립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걸 검증이 끝난 다음에 시작한다는 겁니다.
첫 거래는 작게 만드십시오
금액이 커지면 결재선이 올라갑니다. 결재선이 올라가면 우리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문서를 받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검증 결과가 종이 몇 장입니다. 현장에서 뭘 봤는지 모르고, 우리 회사가 어떤 팀인지도 모릅니다. 아는 건 「신규 업체」라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첫 거래는 작게 잡는 편이 빠릅니다. 한 사업장, 한 라인, 한 분기. 담당 부서장 전결로 끝나는 구간이면 가장 좋습니다.
작은 거래를 한 번 하고 나면 그다음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신규 업체가 아니고, 확대 품의는 추정이 아니라 실적을 근거로 씁니다.
유지보수 요건에서 걸리는 경우
대기업 구매 문서에는 장애 대응 조건이 들어갑니다. 몇 시간 안에 연락이 되는가, 주말에도 받는가, 담당자가 퇴사하면 어떻게 되는가.
다섯 명짜리 회사에 24시간 대응을 요구하면 못 맞춥니다. 여기서 「그럼 어렵겠네요」로 끝나는 일이 있습니다.
대응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범위를 나누는 겁니다. 전체 24시간이 아니라 핵심 기능만 야간 대응, 나머지는 다음 영업일.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개 좁혀집니다.
다른 하나는 기술자료 임치입니다. 우리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상대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소스코드나 설계자료를 제3의 기관에 맡겨 두는 제도입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임치 제도를 운영합니다. 구매 부서가 걱정하는 건 회사가 없어지는 상황인데, 이걸로 그 걱정이 상당 부분 정리됩니다.
검증을 시작할 때 한 줄을 넣으십시오
가장 실효가 큰 조치는 검증 계약에 다음 단계를 적어 두는 겁니다.
「성공 기준을 충족하면 어떻게 한다」를 한 줄 넣는 것입니다. 구매를 약속받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기업이 그런 약속을 문서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이렇게 적을 수 있습니다. 성공 기준을 충족하면 도입 검토를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 그 협의는 결과 보고 후 며칠 안에 시작한다. 협의에는 현업과 구매 부서가 함께 들어온다.
구속력이 강한 문구는 아닙니다. 다만 이 한 줄이 있으면 결과 보고 자리에 구매 담당자가 앉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다릅니다. 앞에서 말한 네 관문을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기술을 다시 설명하지 마십시오
검증이 끝났는데 조용하면, 기술을 다시 설명하지 마십시오. 이미 끝난 질문입니다.
대신 네 가지를 확인하십시오. 올해 예산에 있는지, 협력사 등록이 됐는지, 이 금액이면 누가 결재하는지, 유지보수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음 과제에서는 이 넷을 검증 시작할 때 물어보시면 됩니다. 순서만 바꿔도 몇 달이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PoC가 성공했는데 왜 구매가 안 됩니까?
검증과 구매는 판정하는 부서가 다릅니다. 검증은 현업이 하고, 구매는 예산·구매·재무·법무가 봅니다. 기술이 되는지는 이미 끝난 질문이고, 그다음은 올해 예산에 있는가, 등록된 협력사인가, 결재선이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고장 나면 누가 고치는가입니다.
대기업 예산 주기는 어떻게 됩니까?
회사마다 다르지만 다음 해 예산을 그 전해 하반기에 확정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반기에 끝난 검증이라도 그해 안에 살 돈이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PoC 일정을 짤 때 상대 회사의 예산 편성 시기를 물어보시고 거기서 역산하십시오.
협력사 등록은 언제 시작합니까?
PoC 계약을 맺을 때 같이 물어보십시오. 등록에는 재무제표, 4대보험 가입자 명부, 품질·보안 문항, 실사가 들어가고 몇 주씩 걸립니다. 검증이 끝나고 시작하면 그 시간이 그대로 지연으로 쌓입니다.
첫 거래 금액은 작아도 됩니까?
작을수록 좋습니다. 결재선이 낮아지고 시작이 쉬워집니다. 한 사업장, 한 라인, 한 분기짜리 소액 도입으로 첫 매출을 만들면 그다음 확대는 실적을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유지보수 요건은 무엇을 요구합니까?
장애 대응 시간, 연락 창구, 인력 이탈 시 대체 방안, 소스코드나 기술자료 임치 여부를 봅니다. 직원이 다섯 명인 회사에 24시간 대응을 요구하면 못 맞춥니다. 대응 시간과 범위를 현실적으로 적어 협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자료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글에서 다룬 것을 실제로 쓰실 수 있게 정리한 시트와 서식입니다. 가입도 결제도 없습니다.
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PoC는 끝났는데 왜 구매로 안 이어집니까」. younsubjung.com, 2026.09.21. https://younsubjung.com/blog/oi-after-poc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oi-after-poc">정윤섭, 「PoC는 끝났는데 왜 구매로 안 이어집니까」</a> (younsubjung.com, 2026.09.21)
이 주제로 강연 · 워크숍이 필요하시면
기관 목적과 대상에 맞춰 90분 특강부터 2일 집중과정까지 형식을 맞춰 드립니다. 보통 1일 이내에 회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