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를 만나면 30분 안에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조직이 왜 이걸 하는지를 담당자가 아는가입니다.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하라고 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첫해는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행사도 하고 사진도 나옵니다. 문제는 2년 차에 나옵니다. 성과를 물어보는데 무엇을 성과라고 불러야 할지 정해둔 적이 없습니다.
목적은 네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제가 자문 자리에서 쓰는 분류는 단순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는 이유는 대체로 이 넷 안에 들어갑니다.
미리 하나 짚겠습니다. 넷째가 우선순위여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브랜드는 자산이고, 이 판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만으로 다음 제안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숨길 때 생깁니다.
목적과 지표가 어긋나면 사고가 납니다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실패 형태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게 목적인데 지표는 사업화 건수로 잡혀 있습니다.
그러면 담당자에게 선택지가 없습니다. 연말이 오는데 칸이 비어 있으니 뭐라도 붙여야 합니다. 확인을 덜 한 채로 서둘러 붙입니다.
여기서 사고가 납니다. 상대 회사의 기술이 실제로는 외주로 만들어진 것이었거나, 시연 영상과 실물이 달랐거나, 재무 상태가 이미 위험했거나. 상장사라면 이런 건 주가로 이어집니다.
목적을 인정하면 이런 일이 안 생깁니다. 대외 이미지가 목적이면 지표를 노출과 참여 규모로 잡으면 됩니다. 그러면 담당자가 무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 재무 수익별도 법인. 투자 인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 전략적 시너지사업부와 가까운 사내 조직. 법인으로 빼면 오히려 멀어집니다
- 인재 확보인사 부서와 연결
- 대외 이미지홍보 부서와 연결
- 재무 수익수익률, 회수 배수, 엑싯 건수
- 전략적 시너지PoC 착수, 사업화, 원가 절감액, 신규 매출
- 인재 확보넘어온 인원, 사내 교육 이수, 내부 창업 건수
- 대외 이미지언론 노출, 행사 참여 규모
- 재무 수익5~10년. 펀드 만기를 따라갑니다
- 전략적 시너지1~5년. PoC만 3~6개월입니다
- 인재 확보즉시부터 2년
- 대외 이미지즉시. 행사하면 그날 나옵니다
조직을 어디에 붙일 것인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네 가지 자리가 있고 각각 값이 다릅니다.
대표이사 직속. 힘이 가장 셉니다. 결정이 빠르고 다른 조직이 함부로 못 건드립니다. 문제는 현장 감각입니다. 라인에서 뭐가 아픈지 모르면 쓸 데 없는 걸 들여옵니다. 그리고 직속이라는 이름만 있고 대표가 회의에 안 들어오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조직이 됩니다.
전략기획실 산하. 무난한 선택입니다. 회사 전체를 보는 자리라 특정 사업부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조직의 일이 원래 많아서, 급한 현안이 생기면 이 업무가 뒤로 갑니다.
특정 사업부 산하.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많이 깨집니다. 분기 목표에 밀리고, 다른 사업부가 협조를 안 하고, 예산 집행에 눈치를 봅니다. 다만 한 사업부만 이 일을 할 계획이면 이 자리가 현실적입니다.
별도 법인. 예산과 인력이 자기 것이라 오래 갑니다. 대신 본사와 거리가 생기고, 밖에서 뽑은 인력이 그룹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전담이냐 겸직이냐
겸직으로 시작하는 조직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흐지부지됩니다. 겸직 담당자에게는 본업이 따로 있고, 인사평가도 본업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라면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가 있어야 일이 돌아갑니다. 역할은 이렇게 나눕니다.
그리고 인사평가에 넣으십시오. 전담 조직만이 아니라 협조하는 사업부 쪽도 같이 넣어야 합니다. 사업부에게 이 일은 원래 하던 것 위에 얹히는 짐입니다. 평가에 안 잡히면 회의에는 나오되 결정은 안 해줍니다.
예산은 어디서 나오게 할 것인가
이게 결과를 가장 크게 바꾸는 변수입니다.
검증 비용을 사업부 계정에서 빼면 사업부가 신중해집니다. 자기 예산이니 당연합니다. 그리고 신중해지면 대개 안 합니다. 프로그램 계정을 따로 두면 판단이 「손해 볼 게 없으니 한번 붙여보자」로 바뀝니다. 결과가 괜찮으면 그다음 회차부터 사업부가 자기 예산으로 가져갑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범위를 쪼개는 설계가 나옵니다. 전체 개발 범위 중 일부만 먼저 검증하고, 나머지는 결과를 보고 현업이 이어받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값이 네 개 붙습니다. 올려야 할 결재선이 내려가고, 안 됐을 때 잃는 금액이 작아지고, 됐을 때 현업이 자기 예산으로 이어받으니 검토가 진짜로 이루어지고, 상대 회사도 짧은 기간만 인력을 빼면 됩니다.
작게 여는 건 몸을 사리는 게 아닙니다. 통과시키기 위한 설계입니다.
실패를 예산에 넣어 두십시오
다섯 건을 붙이면서 다섯 건이 다 되기를 바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 건이 나올 때마다 해명이 필요해집니다. 담당자는 그 구조를 아니까, 확실해 보이는 것만 고릅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쓴 솔루션, 매출이 나오는 회사, 검증이 끝난 기술. 안전한 쪽으로만 갑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은 경쟁사도 씁니다. 우리만 갖는 게 없습니다. 밖에서 기술을 들여오는 이유가 남보다 먼저 쓰기 위해서인데, 실패를 막아두면 그 목적이 사라집니다.
시작할 때 아예 정해 두십시오. 다섯 건 중 한두 건이 넘어가면 계획대로 간 거라고요. 안 되는 몫이 예산에 이미 들어 있으면 담당자가 몸을 사릴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게 하는 법
이 일에서 가장 쉽게 증발하는 자산은 관계입니다. 담당자가 옮겨가면 그 사람 머릿속에 있던 맥락이 통째로 빠져나갑니다. 새로 온 사람에게 그 건은 남의 일입니다.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넷 있습니다.
하나, 기록에 판단 근거를 같이 넣습니다. 진행 단계만 적힌 표는 후임자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회사를 왜 골랐는지, 무엇 때문에 멈췄는지, 다음 약속이 무엇인지가 있어야 이어집니다.
둘째, 최소 두 명이 알게 합니다. 한 사람만 아는 건은 그 사람이 나가면 없어집니다.
셋째, 계약서에 남깁니다. 구두 합의나 회의록은 인사이동을 못 넘깁니다.
넷째, 지분으로 묶습니다. 이게 가장 확실합니다. 지분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남고, 회사가 그 관계를 관리할 이유가 생깁니다.
다만 여기서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양해각서를 남발하면 오히려 안 좋습니다. 구속력이 없는 문서가 쌓이면 실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건 없고, 나중에 그 목록이 성과로 보고되면서 판단을 흐립니다.
3년 뒤에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종이 한 장에 세 줄을 적어 보십시오.
3년 뒤 무엇이 손에 남아 있어야 이 사업을 잘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잘 안 됐을 때 우리가 잃는 건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 성과가 나왔을 때 자기 실적이라고 말할 사람이 누구입니까.
세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성과의 주인이 없으면 그 사업은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끝납니다.
다음 편 —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대기업과 붙을 때 막히는 지점
자주 묻는 질문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의 목적은 어떻게 정합니까?
재무 수익, 전략적 시너지, 인재 확보, 대외 이미지 네 가지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세 가지 질문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3년 뒤에 무엇이 있으면 성공인가, 실패했을 때 무엇을 잃는가, 이 성과를 누가 자기 것으로 여기는가.
오픈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은 어디에 두는 것이 좋습니까?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재무 수익이면 별도 법인, 전략적 시너지면 사업부와 가까운 사내 조직, 인재 확보면 인사와 연결, 대외 이미지면 홍보와 붙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특정 사업부 산하가 가장 흔한데 분기 KPI에 밀리고 이해충돌이 생겨 문제도 가장 많습니다.
전담 인력은 몇 명이 필요합니까?
대기업 기준으로 최소 3~5명은 되어야 굴러갑니다. 발굴, 기술 검증, 사업부 조율, 계약·투자로 역할을 나누고 사업부마다 연결 담당을 한 명씩 지정하면 훨씬 잘 돌아갑니다.
PoC 예산은 얼마로 잡아야 합니까?
금액보다 결재선이 중요합니다. 팀장 전결 한도를 확인하고 첫 건은 그 아래로 설계하십시오. 전체 개발 범위의 일부만 먼저 검증하고 나머지는 결과를 보고 현업 예산으로 넘기는 방식이 결재 부담과 실패 손실을 함께 줄입니다.
PoC 예산은 어느 조직에서 나가야 합니까?
사업부 예산에서 나가면 사업부가 부담을 느껴 참여를 꺼립니다. 프로그램 예산을 따로 두면 사업부가 부담 없이 참여하고, 결과가 좋으면 그다음부터 사업부 예산으로 넘어갑니다.
PoC 성공률은 어느 정도를 목표로 해야 합니까?
전부 성공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짜면 실패한 건이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됩니다. 다섯 건 중 두 건 사업화처럼 목표를 미리 정해두면 세 건이 실패해도 계획대로 간 것이 됩니다. 실패한 건도 기록해야 다음이 나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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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대기업 협업, 목적을 안 정하면 어떻게 되는가」. younsubjung.com, 2026.09.08. https://younsubjung.com/blog/oi-strategy-large-company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oi-strategy-large-company">정윤섭, 「대기업 협업, 목적을 안 정하면 어떻게 되는가」</a> (younsubjung.com,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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