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안서를 검토해 달라고 받아 보면 대체로 잘 쓰여 있습니다. 문장도 괜찮고 자료도 충실합니다.
그런데 배점표를 옆에 놓고 다시 보면 문제가 보입니다. 20점짜리 항목이 두 쪽이고, 5점짜리 항목이 세 쪽입니다.
이건 글쓰기 문제가 아닙니다. 설계 문제입니다.
목차는 배점표에서 나옵니다
순서를 뒤집어야 합니다. 쓰기 전에 배점표를 표로 옮겨 놓고, 각 항목에 분량을 먼저 할당합니다.
100점 만점에 「사업 이해도 15점, 수행 방안 30점, 추진 체계 20점, 인력 운용 15점, 사후 관리 10점, 기타 10점」이라면 30쪽짜리 제안서에서 수행 방안은 아홉 쪽입니다.
이걸 먼저 정해 놓고 쓰기 시작합니다. 쓰다 보니 분량이 이렇게 됐다가 아니라요.
소제목을 평가표 문구로 쓰십시오
평가위원의 상황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제안서가 여러 부 쌓여 있고, 항목이 여섯 개에서 열 개쯤 되고, 각 제안서마다 그 항목을 다 채점해야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때 「추진 체계 및 조직 운영」이라는 항목을 채점하려는데 제안서 목차에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 서술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찾는 데 쓴 시간은 판단하는 데 쓸 시간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소제목은 평가표의 항목명을 그대로 쓰는 게 낫습니다. 창의적인 제목은 다른 문서에서 쓰십시오. 제안서에서는 찾기 쉬운 게 잘 쓴 것입니다.
항목 안의 구조
각 항목 안에서도 순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항목의 마지막에는 「우리만 쓸 수 있는 문장」이 하나 들어가야 합니다.
어느 회사가 써도 말이 되는 문장으로만 채워진 제안서는 변별력이 없습니다. 그 항목에서 우리가 해 본 것, 갖고 있는 것, 확인한 것을 한 줄이라도 넣으십시오.
정량 항목도 쓰는 법이 있습니다
실적이나 인력처럼 서류로 확정되는 항목은 배점이 정해져 있으니 손댈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실적을 나열만 하면 평가자가 인정 범위에 드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판단이 애매하면 보수적으로 갑니다.
그래서 실적은 공고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정렬해야 합니다. 공고가 「최근 3년 이내 유사 용역 수행 실적」을 요구하면, 우리 실적 목록에 계약 연도와 과업 성격을 나란히 적어서 그 조건에 해당한다는 게 한눈에 보이게 만듭니다.
인력도 같습니다. 이력서를 그대로 붙이는 대신, 그 사람이 이 사업의 어느 역할을 맡고 왜 그 역할에 적합한지를 한 줄로 먼저 씁니다. 그다음에 경력이 옵니다.
같은 실적, 같은 사람으로도 점수가 갈립니다. 평가자가 확인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해 놓았느냐의 차이입니다.
안 쓰는 것도 설계입니다
배점이 없는 내용은 빼십시오.
회사 연혁, 대표 인사말, 조직 전체 소개. 배점표에 해당 항목이 없으면 점수가 0입니다. 그런데 분량은 먹습니다. 쪽수 제한이 있으면 다른 항목의 자리를 빼앗습니다.
「보기 좋으니까」 넣는 것들이 대개 여기 해당합니다. 표지 디자인에 며칠을 쓰는 회사도 봤습니다. 표지에는 배점이 없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정돈은 필요합니다. 읽기 어려운 문서는 그 자체로 감점 요인이 되니까요. 다만 정돈과 장식은 다릅니다.
제안서를 다 쓰고 나서 하는 마지막 점검
완성된 제안서를 놓고 배점표를 다시 폅니다. 그리고 항목을 하나씩 짚으면서 묻습니다.
이 항목의 점수를 주려면 어느 쪽 몇 번째 문단을 봐야 하는가. 그게 30초 안에 답이 안 나오면 목차를 고쳐야 합니다.
이 항목에서 우리가 몇 점을 받을 것 같은가. 만점을 못 받는다면 무엇이 없어서인가.
이 두 질문을 항목 수만큼 반복하면 제출 전에 고칠 자리가 나옵니다. 대개 한두 시간이면 끝나는데, 이 시간을 안 쓰는 회사가 많습니다.
제출한 다음에는 발표가 남습니다. 발표 8분 편으로 이어집니다.
제안서는 글쓰기가 아니라 배점표 채우기입니다. 마지막 점검도 배점표로 하는 게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제안서 목차는 과업지시서 순서를 따라야 합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점수는 평가표에서 나오므로 평가 항목 순서와 배점에 맞춰 목차를 짜는 게 유리합니다. 과업 내용은 각 항목 안에서 근거로 쓰입니다.
분량은 어떻게 배분합니까?
배점 비율에 맞추는 게 기본입니다. 100점 만점에 20점인 항목이면 전체 분량의 20퍼센트 안팎을 배정합니다. 배점이 작은 항목에 애정을 쏟다가 큰 항목이 얇아지는 게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소제목을 평가표 문구 그대로 써도 됩니까?
그렇게 쓰는 편이 낫습니다. 평가위원은 짧은 시간에 여러 제안서를 봅니다. 항목명이 그대로 보이면 해당 서술을 찾는 시간이 사라지고, 그 시간이 내용 판단에 쓰입니다.
분량 제한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제한이 있으면 배분이 더 중요해집니다. 쪽수 제한과 글자 크기, 필수 서식은 공고문에 명시되므로 목차를 짜기 전에 먼저 확인하십시오. 제한 위반은 내용과 무관하게 감점되거나 무효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정성 항목은 어떻게 씁니까?
결론을 먼저 쓰고 근거를 뒤에 놓는 구조가 유리합니다. 마지막 문단까지 읽어야 결론이 나오는 글은 채점 상황에서 불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만 쓰십시오. 수행 단계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그림과 표는 많이 넣는 게 좋습니까?
많이가 아니라 필요한 자리에 넣는 게 좋습니다. 본문에 이미 있는 내용을 그림으로 반복하면 분량만 먹습니다. 글로 설명하면 길어지는 구조(절차·역할 분담·일정)를 그림으로 바꿀 때 효과가 큽니다.
제안서 분량 배분 계산기로 바로 해 보십시오
공고문의 평가 항목과 배점을 넣으면 항목마다 몇 쪽을 쓸지 계산해 드립니다. 목차를 짜기 전에 5분이면 끝납니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제안서 · 입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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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제안서 목차, 배점 20점부터 거꾸로 짜야 합니다」. younsubjung.com, 2026.09.14. https://younsubjung.com/blog/proposal-outline-from-score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proposal-outline-from-score">정윤섭, 「제안서 목차, 배점 20점부터 거꾸로 짜야 합니다」</a> (younsubjung.com,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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