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값도 잡았고, 넘기는 방식도 골랐고, 자료도 어느 정도 준비됐습니다.
그런데 가장 단순한 질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살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곳이 국내에 없습니다. 이 편은 왜 없는지, 그리고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은 8년 만에 19배로 늘렸습니다
일본도 같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크게 겪었습니다.
경제산업성 추산으로 2025년 시점에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사업체가 약 127만 개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우리 21만 개의 여섯 배입니다.
일본이 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전국에 창구를 깔았습니다. 2011년부터 전국 주요 상공회의소에 사업인계 지원 창구를 두고, 승계와 M&A를 한 자리에서 상담받게 했습니다. 지금은 사업승계·인계 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운영됩니다.
둘, 민간 중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지금 일본 중소기업 M&A의 70% 이상이 민간 중개기관을 통해 이뤄집니다. 공적 창구가 시장을 대체한 게 아니라, 시장이 생길 수 있는 바닥을 깔았습니다.
결과가 숫자로 나옵니다.
| 2014년 | 2022년 | |
|---|---|---|
| 일본 중소기업 M&A 거래 | 308건 | 5,717건 |
8년 만에 약 19배입니다. 그리고 후계자 부재율은 2016년 66%에서 2023년 54.5%로 11.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생기니까 회사가 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은 국가가 거래소를 운영합니다
독일은 방식이 다릅니다. 승계 거래소를 정부가 직접 엽니다.
nexxt-change라는 이름의 플랫폼입니다. 연방 경제기후부가 주관하고 독일 상공회의소연합회, 수공업중앙연합회, 저축은행·협동조합은행 연합회가 같이 운영합니다.
숫자를 보시면 이렇습니다.
| 항목 | |
|---|---|
| 시작 | 2006년 (19년째) |
| 누적 중개 성사 | 22,300건 |
| 지역 파트너 | 431곳 |
| 등재 비용 | 무료 |
두 줄이 중요합니다. 등재가 무료라는 것과 지역 파트너가 431곳이라는 것입니다.
무료라서 작은 회사도 올립니다. 그리고 431개 지역 창구가 있으니 처음 해보는 사장님이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은행 연합회가 참여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인수 자금을 대는 쪽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습니다.
한국에는 왜 안 생겼을까
우리는 M&A형 승계 수요가 2022년 기준 약 21만 개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2화에서 본 대로 벤처기업 M&A 경험률은 4.4%입니다.
수요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네 군데가 막혀 있습니다.
하나. 파는 쪽이 공개를 못 합니다
회사를 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벌어지는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핵심 인력이 먼저 알아채고 먼저 나갑니다. 거래처는 「저 회사 곧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조건을 다시 겁니다. 은행은 여신 심사를 다시 봅니다. 파는 쪽 입장에서 공개는 값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값을 깎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아는 사람에게만 흘립니다. 시장이 아니라 인맥이 됩니다.
둘. 사는 쪽은 검색할 데가 없습니다
반대편도 막혀 있습니다.
같은 업을 하는 회사를 하나 사서 규모를 키우고 싶은 대표가 있습니다. 어디서 찾습니까.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말고 방법이 없습니다.
1화에서 본 대로 한 해에 4만 건 넘는 사업이 실제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그 4만 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는 아무 데도 안 남습니다. 다음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없습니다.
셋. 값의 기준이 없습니다
9화에서 매출 대비 거래배수 중앙값 0.80배를 내놓으면서 한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국내에 공개된 거래 데이터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도 세어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시장이 안 생기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양쪽 다 상대를 못 믿습니다. 파는 쪽은 「헐값에 넘기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사는 쪽은 「바가지 쓰는 것 아닌가」 의심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도 값을 못 정하면 거래가 아니라 탐색으로 끝납니다.
부동산은 실거래가가 공개됩니다. 그래서 시장이 돌아갑니다. 비상장 회사에는 그게 없습니다.
넷. 작은 딜은 아무도 안 맡습니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자문사와 중개는 성사 수수료로 먹고삽니다. 거래금액에 요율을 곱한 값입니다. 그러면 산수가 이렇게 됩니다.
거래금액 30억짜리 딜과 3,000억짜리 딜은 일의 양이 열 배 차이 나지 않습니다. 실사도 해야 하고 계약서도 써야 하고 협상도 붙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수료는 백 배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인력을 큰 딜에 붙입니다. 매출 30억, 50억짜리 회사는 맡아줄 사람이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그리고 21만 개의 절대다수가 그 구간에 있습니다.
지금 바뀌고 있는 것
막혀 있던 자리에서 최근 움직임이 있습니다.
14화에서 다룬 제3자 승계 양도소득세 감면이 2026년 세제개편안에 신설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국회 심의 전이고 적용도 2028년부터입니다. 그런데 방향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지금까지 승계 지원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만 전제했습니다. 제3자에게 파는 건 지원 대상이 아니라 그냥 거래였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파는 것도 승계로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일본이 2011년에 한 판단과 같은 방향입니다.
여기에 기업승계특별법 입법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정책이 먼저 움직이면 그다음에 인프라가 붙습니다. 일본도 그 순서였습니다. 다만 그 사이의 몇 년을 지금 회사를 팔아야 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합니까
시장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내가 직접 상대를 찾는 것입니다.
앞서 본 네 가지 막힌 자리를 뒤집으면 그대로 순서가 나옵니다.
공개를 못 한다면 → 공개하지 않고 찾습니다. 후보를 먼저 특정하고, 그 후보에게만 개별적으로 접근합니다. 플랫폼에 올려놓고 기다리는 방식과 정반대입니다.
검색할 데가 없다면 → 공시에서 찾습니다. 상장사가 사업을 사면 공시가 남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인수 이력이 있는 회사는 검토 절차와 의사결정 경로가 이미 있는 회사입니다. 20화에서 후보를 열 곳 안쪽으로 좁히는 방법을 그대로 적겠습니다.
값의 기준이 없다면 → 내가 만들어 갑니다. 9화의 조회 방법으로 우리 업종 거래 스무 건을 직접 세면 그게 기준이 됩니다. 상대가 부른 값이 높은지 낮은지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안 맡아준다면 → 준비를 내가 해둡니다. 18화의 자료 목록을 미리 갖춰두면 자문사 없이도 첫 미팅을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자문사는 계약 단계에서 변호사·세무사로 붙이면 됩니다.
네 가지 모두 21만 개 중 대부분이 안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이 시장에 매물이 없는 게 아닙니다.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둘이 서로를 못 찾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못 찾는 이유는 네 가지 구조적 문제이지 개별 회사의 잘못이 아닙니다.
일본은 이 문제를 8년에 걸쳐 19배로 바꿔놨습니다. 독일은 19년 동안 22,300건을 이었습니다. 두 나라 다 먼저 만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손으로 해야 합니다. 그 손으로 하는 방법이 다음 네 편입니다.
다음 편 — 17화 · NDA를 쓰면 지켜지는 것과 안 지켜지는 것
오늘 할 것
우리 업종에서 최근 3년간 다른 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는 회사를 세 곳만 적어 보십시오. 뉴스 검색으로도 나옵니다. 그 세 곳이 우리를 살 수 있는 후보의 출발점입니다. 20화에서 이 목록을 열 곳으로 넓히는 방법을 다룹니다.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국내 및 일본의 가업승계 현황』 (일본 중소기업 M&A 2014년 308건 → 2022년 5,717건, 민간 중개기관 비중 70% 이상, 후계자 부재율 2016년 66% → 2023년 54.5%, 경제산업성 추산 2025년 후계자 미정 약 127만, 국내 M&A형 승계 수요 2022년 기준 약 21만 개)
- 일본 중소기업청 — 사업승계·인계 지원센터(2011년 사업인계 지원센터 설치, 이후 통합)
- nexxt-change 공식 통계 (2006년 개설, 2025년 기준 누적 중개 성사 22,300건, 지역 파트너 431곳, 등재 무료. 연방 경제기후부 주관, DIHK·ZDH·저축은행 및 협동조합은행 연합회 공동 운영)
-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 M&A 경험률 4.4%)
- 제3자 승계 양도소득세 감면은 2026.8.3 발표 세제개편안의 신설안이며 국회 심의 전입니다
일본·독일·미국의 승계 인프라 비교표와 국내 중개 시장의 수수료 구조 분석은 『M&A와 엑시트의 기술』 3장에 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서비스나 기관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해외 통계는 각 기관의 공개 자료 기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에서 회사를 사고파는 시장이 왜 안 생깁니까?
파는 쪽이 공개를 못 하고, 사는 쪽은 검색할 데가 없고, 값의 기준이 없고, 작은 딜은 수수료 구조상 아무도 맡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어떻게 했습니까?
2011년부터 전국에 사업인계 지원 창구를 깔고 민간 중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중소기업 M&A가 2014년 308건에서 2022년 5,717건으로 늘었고 후계자 부재율은 66%에서 54.5%로 떨어졌습니다.
독일은 어떻습니까?
연방 경제기후부가 상공회의소·수공업연합회·은행연합회와 함께 nexxt-change라는 승계 거래소를 운영합니다. 2006년 이후 누적 22,300건, 지역 파트너 431곳, 등재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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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왜 한국에는 회사를 사고파는 시장이 없습니까」. younsubjung.com, 2026.10.05. https://younsubjung.com/blog/no-market-for-companies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no-market-for-companies">정윤섭, 「왜 한국에는 회사를 사고파는 시장이 없습니까」</a> (younsubjung.com,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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