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를 넘길 때 오가는 권리금은 현금으로 주고받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계약서에 안 적고, 세금계산서도 안 끊습니다.
작은 거래에서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사업부를 통째로 넘기는 거래에서도 값의 구조를 흐리게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공시에 그대로 적어놓은 사례가 있습니다.
공시에 값의 구조가 적혀 있던 사례
상장사가 사업을 넘길 때는 공시 의무가 생깁니다. 그중에 양수 금액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적어놓은 건이 있었습니다.
| 항목 | 금액 |
|---|---|
| 재고자산 | 31.65억원 |
| 영업권 | 10.15억원 |
| 합계(거래금액) | 41.8억원 |
이 사업의 직전 매출은 205억원이었습니다.
숫자를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매출 205억짜리 사업을 41.8억에 넘겼는데, 그중 31.65억은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 값이었습니다. 사업 자체에 붙은 값은 10.15억입니다.
9화에서 매출 대비 거래배수 중앙값이 0.80배라고 했습니다. 이 거래는 매출 대비 0.20배입니다. 중앙값의 4분의 1입니다.
그 10.15억이 권리금입니다
회계에서 영업권은 이렇게 정의됩니다. 인수 대가에서 넘겨받은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뺀 나머지입니다.
말이 어렵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물건 값을 다 빼고 남은 금액입니다. 위 사례에서 41.8억에서 재고 31.65억을 빼면 10.15억이 남습니다. 그게 영업권입니다.
상가에서 부르는 권리금도 같은 구조입니다. 인테리어와 집기 값을 빼고 남은 금액, 즉 자리와 단골과 이름값에 붙은 돈입니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쓰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회계 장부에 올릴 때는 영업권이고, 상가 임대차에서는 권리금이며, 세법에서는 영업권 또는 기타소득으로 잡힙니다. 같은 것을 세 군데서 다르게 부릅니다.
매출 205억에 영업권이 10억이라는 뜻
이 사업이 왜 이 값을 받았는지 거꾸로 읽어보겠습니다.
매출은 205억으로 큽니다. 그런데 사업 자체에 붙은 값은 10억입니다. 사는 쪽이 「이 사업에서 물건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재고는 창고에서 세면 되지만, 그 위에 얹을 값은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10화에서 다룬 잣대를 그대로 대보면 보입니다. 매출이 반복 계약으로 잡혀 있었는지, 대표 없이 돌아가는 구조였는지, 같은 걸 직접 차리면 얼마나 드는지. 유통업에서 거래처와 재고만 넘어가는 구조라면 사는 쪽은 「내가 직접 하면 된다」고 판단합니다.
값이 재고 쪽에 몰려 있는 거래는 사업을 산 게 아니라 물건을 산 거래입니다. 파는 쪽에서 이 구조를 미리 알면 협상 전략이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안 적으면 어떻게 되는가
권리금을 계약서에 적지 않는 이유는 대개 파는 쪽의 세금 때문입니다. 권리금은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 적으면 양쪽 다 손해를 봅니다.
받는 쪽(파는 쪽)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받은 돈의 성격을 설명할 근거가 없습니다. 세무조사에서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다른 명목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주는 쪽(사는 쪽)은 그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영업권으로 장부에 올리면 정해진 기간에 나눠 비용으로 털 수 있는데, 계약서가 없으면 그 근거가 없습니다. 10억을 주고 10억을 못 터는 상황이 됩니다. 「현금으로 주면 서로 편하다」가 몇 년 뒤에 청구서로 돌아옵니다.
사는 쪽이 계약서에 적자고 하고 파는 쪽이 빼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세금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립니다.
값을 나눠 적는 일이 협상입니다
거래금액 총액이 정해지면 그다음이 배분입니다. 같은 41.8억이라도 어느 항목에 얼마를 붙이느냐에 따라 양쪽의 세금이 달라집니다.
재고에 많이 붙이면 파는 쪽은 재고 원가만큼 상계되어 과세 대상이 줄어듭니다. 영업권에 많이 붙으면 사는 쪽은 비용으로 털 금액이 커집니다.
그래서 이 배분은 실제로는 세금 협상입니다. 총액이 합의된 뒤에 시작되는 두 번째 협상입니다. 이 단계를 준비 없이 맞으면 상대 세무 자문사가 짜온 배분표를 그대로 받습니다. 「총액은 합의했으니 배분은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넘기는 순간 유리한 자리를 내줍니다.
배분에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재고는 실사 수량과 단가로 잡고, 설비는 감정이나 장부가로 잡고, 남는 금액이 영업권입니다. 근거 없이 숫자만 나눠 적은 배분표는 나중에 부인될 수 있습니다.
상가 권리금이라면 따로 볼 것
사업장이 임차 상가라면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임대인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새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거절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보호를 받으려면 절차가 있습니다. 계약 종료 전 정해진 기간 안에 새 임차인을 주선해야 하고, 그 사람이 임대료를 낼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절차를 안 밟고 「권리금을 못 받았다」고만 주장하면 다툼에서 불리합니다.
여기까지가 판단할 지점입니다. 어느 시점에 무엇을 통지해야 하는지, 어떤 사유가 정당한 거절로 인정됐는지는 사안마다 갈립니다.
배분표를 만드는 순서
총액이 합의되면 항목별로 나눠 적어야 합니다. 이 배분에 근거가 없으면 나중에 부인될 수 있으니 순서대로 채우십시오.
1. 재고 — 인수 직전에 실제로 셉니다. 수량 × 단가로 잡고, 단가는 최근 매입가를 씁니다. 악성 재고는 따로 표시해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실사 기록지에 양쪽이 서명해 두십시오.
2. 설비와 비품 —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하되, 실제 상태가 다르면 조정합니다. 금액이 크면 감정평가를 받습니다.
3. 차량·기타 유형자산 — 등록증과 시세 자료로 잡습니다.
4. 보증금 — 임대차 계약서상 금액 그대로입니다. 임대인 동의로 승계되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5. 나머지 전액 = 영업권 — 총액에서 1~4를 뺀 값입니다.
이 순서로 채우면 영업권은 계산의 결과가 됩니다. 반대로 영업권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맞추면 근거가 없어집니다.
어느 쪽에 얹느냐로 세금이 갈립니다
배분은 사실상 두 번째 협상입니다. 같은 41.8억이라도 항목별 금액에 따라 양쪽의 세금이 달라집니다.
| 어디에 많이 얹으면 | 파는 쪽 | 사는 쪽 |
|---|---|---|
| 재고에 많이 | 재고 원가만큼 상계돼 과세 대상이 줄어듦 | 매출원가로 바로 털림. 빠르지만 한 번에 끝 |
| 설비에 많이 | 장부가와의 차액만 과세 | 내용연수에 걸쳐 감가상각 |
| 영업권에 많이 | 과세 대상이 커짐 | 정해진 기간에 걸쳐 나눠 비용 처리 |
파는 쪽은 재고·설비 쪽에, 사는 쪽은 영업권 쪽에 얹으려는 힘이 작용합니다. 반대 방향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를 준비 없이 맞으면 상대 세무 자문사가 짜온 표를 그대로 받습니다. 우리 쪽 배분표를 먼저 만들어 제시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상대가 반박하려면 자기 근거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세금만 보고 배분을 비틀면 근거가 무너집니다. 재고를 실제보다 크게 잡으면 인수 후 재고 실사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근거 있는 숫자 안에서 협상하십시오.
파는 쪽이 미리 할 일
값의 구조를 먼저 그려보십시오.
넘길 자산을 유형별로 적고 각각 얼마로 볼지 적습니다. 재고, 설비, 차량, 보증금. 그리고 받고 싶은 총액에서 그 합계를 뺍니다. 남는 금액이 내가 주장하는 영업권입니다.
그 금액이 총액의 몇 퍼센트인지 보십시오. 비중이 낮으면 상대는 물건을 사러 온 겁니다. 비중이 높으면 사업을 사러 온 겁니다. 협상에서 꺼낼 말이 달라집니다.
다음 편 — 16화 · 왜 한국에는 회사를 사고파는 시장이 없습니까
오늘 할 것
넘길 자산 목록을 적고 각각 값을 매긴 뒤, 받고 싶은 총액에서 빼 보십시오. 남는 금액이 상대와 다툴 진짜 숫자입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영업양수 관련 공시 — 거래금액 구성 기재 사례(재고자산 31.65억원 + 영업권 10.15억원 = 41.8억원, 직전 매출 205억원)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제10조의7 (권리금의 정의 및 회수기회 보호)
- 기업회계기준상 영업권 인식 기준
권리금이 계약서로 남는 비율의 실태 조사, 자산 항목별 배분표 작성 예시, 권리금 계약서에 들어가야 할 조항은 『M&A와 엑시트의 기술』 44장과 부록 1에 있습니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나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권리금과 영업권은 다른 것입니까?
같은 값을 다르게 부르는 말입니다. 인수 대가에서 넘겨받은 자산의 가치를 뺀 나머지가 영업권이고, 상가에서는 그걸 권리금이라 부릅니다.
권리금을 계약서에 안 쓰면 어떻게 됩니까?
받는 쪽은 나중에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고, 주는 쪽은 그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양쪽 다 손해입니다.
거래금액은 어떻게 나눠 적습니까?
재고, 설비, 차량, 보증금을 근거 있는 금액으로 먼저 채우고 나머지가 영업권입니다. 영업권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맞추면 근거가 없어 부인될 수 있습니다.
지분 구조 자가점검으로 바로 해 보십시오
실사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들입니다.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덟 칸을 채워 두십시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투자유치 · IR 자료
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권리금은 왜 11%만 계약서로 남습니까」. younsubjung.com, 2026.10.02. https://younsubjung.com/blog/key-money-goodwill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key-money-goodwill">정윤섭, 「권리금은 왜 11%만 계약서로 남습니까」</a> (younsubjung.com,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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