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기로 마음먹은 사장님께 한 가지만 물어보면 대개 답이 안 나옵니다.
「사장님이 빠져도 계속 돈이 들어오는 게 이 사업에 뭐가 있습니까.」
세 가지를 못 대면 넘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접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정해서가 아니라 목록이 비어서 접는 겁니다.
앞 편에서 본 대로 인수자를 찾다가 못 찾아 문을 닫는 사장이 30.6%였습니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사람을 못 만난 게 아니라 보여줄 게 없었습니다.
폐업 신고서와 양도양수 신고서는 다른 종이입니다
접는 것과 넘기는 것은 서식부터 갈립니다.
문제는 둘 중 무엇을 쓸지가 대개 마지막에 가서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때는 이미 선택지가 하나로 줄어 있습니다.
순서를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 인수자를 찾기 시작한다 → 못 찾는다 → 폐업한다
이 순서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결심한 뒤부터 찾기 시작하면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값을 깎습니다. 깎아도 안 팔리면 그냥 닫습니다.
2화에서 본 실측치와 겹쳐 보십시오. 매칭에만 5~6개월, 계약까지 1.5~2년. 결심 후에 움직이는 7.7개월로는 애초에 안 맞는 일정입니다.
그래서 순서를 뒤집어야 합니다. 찾기 전에 목록부터 만듭니다.
양도 가능성 점수표 — 10문항
종이에 적고 점수를 매기십시오. 예 2점, 어중간 1점, 아니오 0점입니다.
| 문항 | 왜 보는가 | |
|---|---|---|
| 1 | 내년 매출의 30% 이상이 계약으로 이미 잡혀 있다 | 매수자가 사는 건 내년 매출입니다 |
| 2 | 상위 거래처 한 곳이 매출의 40%를 넘지 않는다 | 한 곳이 빠지면 사업이 흔들립니다 |
| 3 | 거래처 계약이 회사 명의로 문서화돼 있다 | 관계로 해온 거래는 승계가 안 됩니다 |
| 4 | 대표가 한 달 자리를 비워도 매출이 유지된다 | 값이 아니라 거래 성사 여부가 걸립니다 |
| 5 | 단가와 견적 기준이 문서에 있다 | 대표 머릿속에 있으면 못 넘깁니다 |
| 6 | 부가세 신고 매출과 재무제표 매출이 맞는다 | 안 맞으면 전체 자료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
| 7 | 최근 1년 내 재고를 실제로 센 기록이 있다 | 안 센 재고는 값으로 안 쳐줍니다 |
| 8 | 사업에 필요한 자산·계약이 전부 회사 명의다 | 개인 명의는 안 따라갑니다 |
| 9 | 허가·면허·등록이 있고 승계 가능하다 | 새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곧 값입니다 |
| 10 | 대표 개인 연대보증이 없거나 해소 가능하다 | 안 풀리면 거래가 진행 자체를 못 합니다 |
합계를 놓고 읽으시면 됩니다.
| 점수 | 뜻 | 지금 할 일 |
|---|---|---|
| 15~20점 | 팔 수 있는 상태 | 값을 알아보십시오. 6화부터 |
| 8~14점 | 1~2년 준비하면 달라짐 | 0점 준 항목부터 손보십시오 |
| 7점 이하 | 지금은 매물이 아님 | 정리 쪽 검토. 아래를 보십시오 |
7점 이하인데 시간을 더 들여 인수자를 찾는 건 대개 헛수고입니다. 넘어가서 값이 되는 항목 자체가 없으면, 값을 깎아도 안 팔립니다. 그럴 때는 빨리 접는 쪽이 손해를 줄입니다.
10번 문항이 제일 먼저입니다
점수표에서 10번은 다른 아홉 개와 성격이 다릅니다. 나머지는 값을 정하지만, 10번은 거래가 되느냐 마느냐를 정합니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대표 개인 연대보증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흔한 착각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를 넘기면 보증도 같이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안 넘어갑니다.
보증은 대표 개인과 채권자 사이의 계약입니다. 주식을 팔아도, 사업을 넘겨도,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대표는 계속 보증인입니다. 회사를 팔고 나온 뒤에 그 회사가 대출을 못 갚으면 전 대표에게 청구가 옵니다.
풀려면 순서가 있습니다.
- 보증 목록을 먼저 뽑습니다. 은행별 여신거래약정서, 보증기관 보증서, 리스·할부 계약, 임대차 보증, 거래처에 선 지급보증까지 전부입니다. 대표님 기억에만 있는 것이 꼭 하나씩 나옵니다.
- 각각의 채권자에게 보증인 교체가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새 대표의 신용으로 대체되는지, 담보를 더 걸어야 하는지, 아예 상환해야 하는지가 갈립니다.
- 안 풀리는 건 값에서 뺍니다. 잔금 일부를 묶어두고 보증이 해소되면 지급하는 구조를 씁니다.
2번에 몇 달이 걸립니다. 협상이 다 끝난 뒤에 이 확인을 시작하면 거기서 거래가 멈춥니다. 매수자를 만나기 전에 끝내 두셔야 할 일입니다.
넘길 수 있는 것과 넘길 수 없는 것
점수표를 항목으로 풀면 이렇게 나뉩니다.
넘어가면 값이 되는 쪽입니다.
- 반복해서 들어오는 계약이나 구독 매출
- 회사 이름으로 맺어진 거래처 관계
- 인허가, 등록, 면허처럼 새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 재고와 설비 중 감가 후에도 쓸모가 남는 것
- 고객 명단과 그 명단이 실제로 반응하는 기록
반대로 넘어가도 값이 잘 안 되는 쪽입니다.
- 대표 개인의 인맥으로 유지되던 거래처
- 한두 건짜리 프로젝트 매출
- 대표 머릿속에만 있는 공정과 단가 기준
- 임차 조건이 승계되지 않는 자리
「그냥 접는 게 낫다」가 맞는 경우
정리하는 쪽이 나은 조건도 분명히 있습니다.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고, 그 부채가 대표 개인 보증에 묶여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사업을 넘겨도 보증이 따라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따라오게 하려면 채권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 협의에만 몇 달이 더 듭니다.
또 하나는 매출 전부가 한 건의 계약에서 나오고 그 계약이 갱신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건 사업이 아니라 남은 일감입니다. 넘길 대상이 아닙니다.
중기부 통계를 보면 폐업하는 사업장의 68.5%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평균 부채액은 8,531만원입니다. 이 부채가 정리되지 않은 채 대표가 은퇴 시점을 맞으면, 매각이 아니라 폐업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떨어지는 것들
접을지 넘길지를 미루면 자동으로 「접는 쪽」으로 밀려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넘겼을 때 값이 되는 항목들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처 관계는 연락이 끊기면 식습니다. 핵심 인력은 회사가 흔들리는 낌새를 먼저 알아채고 먼저 나갑니다. 재고는 값이 떨어집니다. 인허가는 갱신 시점을 놓치면 사라집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도 값이 유지되는 것도 있습니다. 등록된 상표권, 장기 계약, 그리고 대표 없이도 돌아가도록 정리된 업무 절차입니다.
정리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는 사업이 잘 돌아갈 때입니다. 여유가 있을 때 역할을 나누고 매뉴얼을 만들어두면 그 자체로 사업이 더 단단해집니다. 나중에 매각을 하든 안 하든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반대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에 조직을 정비하려 하면, 남은 인력도 불안해하고 정비 자체에 쓸 여력도 부족해집니다.
다섯 갈래가 있습니다
넘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그다음 질문은 「어떤 방식으로」입니다.
지분을 다루는 길이 다섯 갈래 있습니다. 기업공개, 인수합병, 장외시장 매각, 상환·환매, 그리고 그 밖의 경로입니다. 여기에 지분이 아니라 자산만 떼어 파는 여섯 번째 길이 따로 있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회수는 2026년 상반기 기준 기업공개 37.9%, 매각 47.7%입니다. 이 두 갈래가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합니다.
각 경로가 요구하는 준비와 걸리는 시간이 전부 다릅니다. 다섯 갈래를 하나씩 비교한 표는 『M&A와 엑시트의 기술』 9장에 있습니다. 주식양수도와 자산양수도 중 어느 쪽으로 갈지는 10장에서 다룹니다.
다음 편 — 4화 · 투자를 받는 일과 회사를 파는 일은 다른 게임입니다
오늘 할 것
우리 사업에서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도 계속 돈을 벌어올 항목」을 종이에 적어 보십시오. 세 개를 못 채우면, 지금은 매각을 준비할 때가 아니라 그 항목을 만들 때입니다.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2026.6.30 발표 (폐업까지 평균 7.7개월, 지연 사유 1위 인수자 물색 30.6%, 권리금 회수율 31.5%)
- 중소벤처기업부 2025 (폐업 사업장 부채 보유 68.5%, 평균 부채액 8,531만원)
- 삼정KPMG 2026-09-08 발간 자료 (2026년 상반기 벤처캐피탈 회수 유형별 비중)
이 글은 법률 자문이나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거래는 변호사와 세무사의 검토를 거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접을지 넘길지는 무엇으로 정합니까?
넘어가서도 값을 내는 항목이 몇 개 있느냐로 정해집니다. 본문의 10문항 점수표로 15점 이상이면 매각, 7점 이하면 정리 쪽입니다.
회사를 넘기면 대표 개인 연대보증도 넘어갑니까?
안 넘어갑니다. 보증은 대표 개인과 채권자 사이의 계약이라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를 판 뒤에도 계속 보증인입니다.
연대보증은 어떻게 풉니까?
보증 목록을 전부 뽑고, 채권자별로 보증인 교체가 가능한지 확인한 뒤, 안 풀리는 건 잔금 일부를 묶어두는 구조로 처리합니다. 확인에만 몇 달이 걸립니다.
지분 구조 자가점검으로 바로 해 보십시오
실사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들입니다.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덟 칸을 채워 두십시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투자유치 · IR 자료
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사업을 접을까 넘길까, 판단이 갈리는 자리」. younsubjung.com, 2026.09.20. https://younsubjung.com/blog/jeongri-or-maegak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jeongri-or-maegak">정윤섭, 「사업을 접을까 넘길까, 판단이 갈리는 자리」</a> (younsubjung.com,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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