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이 21만 개인데, 그 회사들은 왜 매물로 안 나올까
상속세 100억을 10년으로 나눠도 연 9.1억입니다. 그 돈을 회사에서 빼내려면 세전 18억이 듭니다.
얼음정수기를 처음 만든 회사가 있습니다. 창업 33년 된 회사입니다.
2025년 6월,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은 가족 앞에 온 상속세는 3,000억원 규모로 보도됐습니다.
그 돈을 만들 방법이 없었습니다. 1년 뒤인 2026년 6월, 청호나이스는 계열사 세 곳까지 묶여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에 약 1조원에 팔렸습니다. 오너 일가 지분은 전량 넘어갔습니다.
회사가 안 좋아서 판 게 아닙니다. 매출도 브랜드도 멀쩡했습니다. 세금 낼 현금이 없어서 회사를 통째로 판 겁니다.
「나눠 내면 되지 않나」
여기서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상속세를 한 번에 안 내도 되는 걸로 아는데 왜 못 버티느냐는 겁니다.
맞습니다. 나눠 낼 수 있습니다. 연부연납이라고 합니다. 조건과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 구분 | 나눠 내는 기간 |
|---|---|
| 일반 상속재산 | 최대 10년 |
| 가업상속재산 | 최대 20년 (10년 거치 후 10년 납부 선택 가능) |
| 일반 증여세 | 최대 5년 |
| 가업승계 증여세 | 최대 15년 |
신청하려면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각 회분 금액도 1,000만원을 넘어야 합니다. 담보를 걸어야 하고, 담보 종류에 따라 신청세액의 110%(현금·보험증권) 또는 120%(부동산·유가증권)를 잡습니다. 미납 기간에는 가산금이 붙는데, 2026년 9월 기준 연 3.1% 수준입니다.
조건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산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숫자를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상속세가 100억원 나온 회사를 가정하겠습니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못 맞춰 일반 연부연납 10년으로 갑니다.
1단계 — 연 납부액
100억 ÷ (10 + 1) = 연 9.1억원
여기에 가산금이 붙으니 실제로는 연 9억을 조금 넘습니다. 10년간 매년입니다.
2단계 — 이 돈은 누가 내는가
상속세는 상속인 개인이 냅니다. 회사가 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속인이 받은 건 주식이지 현금이 아닙니다.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이 회사에서 현금을 꺼내는 방법은 셋입니다. 급여, 배당, 주식 매각.
3단계 — 배당으로 꺼내면 얼마가 필요한가
배당에는 배당소득세가 붙습니다. 금융소득이 커지면 종합과세로 넘어가고, 최고 구간에 걸리면 지방소득세까지 합쳐 약 49.5%가 나갑니다.
손에 9.1억을 쥐려면 → 세전 배당이 약 18억원 필요
4단계 — 회사는 그 배당을 낼 수 있는가
배당은 세후이익에서 나갑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에서 18억을 빼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업이익 20억짜리 회사라면 번 돈 거의 전부가 상속세로 나갑니다. 10년 동안 매년입니다. 그 회사는 설비를 못 바꾸고, 사람을 못 뽑고, 신제품을 못 냅니다.
그래서 팝니다. 회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회사를 들고 있으면 회사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이 계산을 생전에 한 번이라도 해본 대표와 안 해본 대표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상속세 낼 돈을 만드는 네 가지와 각각의 함정
실무에서 쓰는 수단은 넷입니다. 전부 미리 준비해야만 작동합니다.
하나, 연부연납. 방금 본 그것입니다. 가장 기본이고 대부분 씁니다. 함정은 담보입니다. 신청세액의 110~120%를 잡아야 하는데, 담보로 걸 부동산이 회사 명의면 이사회와 다른 주주 문제가 생깁니다.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넣는 것도 평가 문제가 따릅니다.
둘, 물납.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내는 방법입니다. 요건이 까다롭고 허가 사항입니다. 비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주식으로 내면 되겠지」가 가장 많이 깨지는 기대입니다.
셋, 주식담보대출. 상속받은 주식을 담보로 빌리는 방법입니다. 비상장주식은 담보가치를 낮게 잡거나 아예 안 잡아줍니다. 결국 부동산이 있어야 됩니다.
넷, 종신보험. 대표를 피보험자로 하고 상속인을 수익자로 설계해 사망 시 나오는 보험금으로 세금을 내는 구조입니다. 유일하게 「사망 시점에 현금이 생기는」 수단입니다.
함정은 계약자를 누구로 하느냐입니다. 대표 본인이 계약자이고 본인이 보험료를 냈다면 그 보험금도 상속재산에 들어갑니다. 세금 내려고 든 보험에 다시 세금이 붙습니다. 그래서 계약자와 보험료 부담자를 상속인으로 두는 설계를 검토합니다. 다만 상속인에게 보험료를 낼 소득이 있어야 하고, 그 자금 출처가 설명돼야 합니다.
네 가지 모두 몇 년 전에 시작해야 작동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정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21만 개는 매물이 아니라 재고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5년에 추산한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이 21만 개입니다.
이 숫자를 「매물 21만 개」로 읽으면 안 됩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게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도 못 가고 멈춰 서 있는 재고입니다.
왜 멈췄는지는 표 한 장이면 보입니다.
| 항목 | 수치 |
|---|---|
| 중소기업 대표 평균연령(2024) | 55세 |
| 60세 이상 대표 비중 | 33.3% (10년간 2배) |
| 업력 30년 이상 기업 | 대표의 80% 이상이 60대 이상 |
| 60세 이상 대표 중 후계자 미정 | 28.6% |
| 벤처기업 M&A 경험률 | 4.4% |
마지막 줄이 핵심입니다. 4.4%. 21만 개가 멈춰 서 있는데도 거래가 안 일어납니다. 매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팔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넘길 생각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작은 규모에서는 이게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6월 30일 발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입니다. 폐업을 결심하고 사업자등록을 말소하기까지 평균 7.7개월이 걸립니다. 그 기간이 늘어진 이유 1위가 이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인수자·양도 물색」 — 30.6%
세 명 중 한 명은 넘기려고 했는데 살 사람을 못 찾아서 문을 닫았습니다. 그동안 권리금 회수율은 31.5%였습니다. 3분의 1도 못 건졌습니다.
시간표를 거꾸로 짜야 합니다
제3자 승계 지원사업에 참여한 200여 개사의 실측 자료를 보면, 매칭에만 최소 5~6개월, 계약 체결까지 통상 1.5~2년 이상입니다.
여기에 앞의 세금 준비를 얹으면 시간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시점 | 해야 할 일 |
|---|---|
| D−5년 | 상속세 예상액 계산. 가업상속공제·납부유예 요건 충족 여부 판정 |
| D−4년 | 개인 명의 사업용 자산을 회사로 정리. 통장 분리 |
| D−3년 | 승계 대상자의 가업 종사 시작(상속 전 2년 이상 요건) |
| D−2년 | 매각 병행 검토 시작. 자료 정비, 인수 후보 목록 작성 |
| D−1년 | 매칭 개시(5~6개월) |
| D | 계약·잔금 |
D−5년이 시작점입니다. 60세에 시작하면 65세에 끝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65세가 넘어, 몸이 안 좋아지거나 배우자가 먼저 말을 꺼낸 뒤에 시작합니다.
급해진 뒤에 시작한 매각은 값이 다릅니다. 상대가 그걸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세 갈래가 있다는 걸 늦게 압니다
21만 개 앞에 놓인 길은 셋입니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길(가업상속공제), 세금을 미루는 길(납부유예), 제3자에게 파는 길입니다.
참고로 2026년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제3자 매각의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조항이 신설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국회를 거쳐야 하고 적용도 2028년부터입니다. 지금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닙니다. 14화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문제는 대표들이 이 세 갈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늦게 안다는 점입니다. 「자식이 안 받겠다고 한다」에서 생각이 멈춘 채 몇 년이 지나갑니다.
21만 개라는 숫자는, 아직 그 계산을 안 해본 대표들의 숫자이기도 합니다.
다음 편은 그 앞 단계입니다. 접는 것과 넘기는 것은 서식부터 다릅니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보고 정해야 하는지 보겠습니다.
다음 편 — 3화 · 사업을 접을까 넘길까, 판단이 갈리는 자리
오늘 할 것
우리 회사 주식 가치 × 상속세율 구간으로 예상 세액을 거칠게라도 잡아 보십시오. 그 금액을 11로 나누면 연 납부액이고, 거기에 2를 곱하면 회사에서 빼내야 할 세전 금액입니다. 그 숫자를 우리 영업이익과 나란히 놓아 보십시오.
출처
- 상속세및증여세법 제71조 (연부연납), 제73조 (물납) —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확인
- 연부연납 기간: 일반 상속재산 10년, 가업상속재산 최대 20년(10년 거치 후 10년), 가업승계 증여세 15년. 신청 요건 납부세액 2,000만원 초과·각 회분 1,000만원 초과, 담보 110%(현금·보험증권)/120%(유가증권·부동산), 가산금 2026.9 기준 연 3.1%
- 배당소득 최고구간 세율은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에 지방소득세를 더한 약 49.5% 기준
- 중소벤처기업부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2026.6.30 (폐업까지 7.7개월, 지연 사유 1위 인수자 물색 30.6%, 권리금 회수율 31.5%)
- 자본시장연구원, 2025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21만 개) ·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 (대표 평균연령 55세 외)
- 제3자 승계 양도소득세 감면은 2026.8.3 발표 세제개편안의 신설안이며 국회 심의 전, 2028.1.1 이후 양도분 적용 예정
- 청호나이스: 정휘동 전 회장 2025.6 별세, 상속세 3,000억원대 부담 보도, 2026.6 칼라일과 본계약(오너 일가 지분 전량, 약 1조원), 2026.8 인수 완료 — 공개 보도 기준
종신보험 계약자 설계의 세무 검토, 가업상속공제와 납부유예의 요건 비교표, D−5년 시간표의 월 단위 전개는 『M&A와 엑시트의 기술』 5장과 39장에 있습니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나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세액은 개별 회사의 자산 구성과 공제 적용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세무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속세는 나눠 낼 수 있습니까?
연부연납으로 나눠 냅니다. 일반 상속재산은 최대 10년, 가업상속재산은 최대 20년(10년 거치 후 10년)입니다. 납부세액 2,000만원 초과여야 하고 담보를 110~120% 잡습니다.
나눠 내는데도 회사를 파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상속세는 상속인 개인이 내는데 상속인이 받은 건 주식이지 현금이 아닙니다. 배당으로 꺼내면 세금이 또 붙어, 손에 9.1억을 쥐려면 세전 약 18억이 필요합니다. 영업이익 20억 회사는 10년간 번 돈 전부를 세금에 씁니다.
상속세 낼 돈은 어떻게 준비합니까?
연부연납·물납·주식담보대출·종신보험 네 가지입니다. 비상장주식은 물납과 담보 모두 잘 안 잡힙니다. 종신보험은 계약자를 누구로 두느냐에 따라 보험금이 다시 상속재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분 구조 자가점검으로 바로 해 보십시오
실사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들입니다.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덟 칸을 채워 두십시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투자유치 · IR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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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이 21만 개인데, 그 회사들은 왜 매물로 안 나올까」. younsubjung.com, 2026.09.19. https://younsubjung.com/blog/hugyeja-21man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hugyeja-21man">정윤섭,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이 21만 개인데, 그 회사들은 왜 매물로 안 나올까」</a> (younsubjung.com,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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