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까지 왔으면 값을 잡는 법과 넘기는 방식, 준비할 자료까지 손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 하나가 이겁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팝니까.
16화에서 한국에는 아직 이 시장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남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후보를 내가 특정해서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번 편이 그 방법입니다.
먼저 규모로 거릅니다
후보를 떠올릴 때 대부분 업종부터 생각합니다. 같은 업을 하는 회사, 우리 제품이 필요한 회사.
순서가 반대입니다. 규모로 먼저 거르고 그 안에서 업종을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회사를 30억에 팔고 싶은데 상대 회사의 자기자본이 20억이면, 그 회사는 아무리 우리를 원해도 못 삽니다. 업종이 아무리 맞아도 못 삽니다. 살 의사와 살 능력은 다른 문제입니다.
공시에 규모 대비 비율이 남습니다
상장사가 다른 회사나 사업을 사면 공시가 나갑니다. 그 공시에는 취득금액이 적히고, 그 금액이 회사 규모 대비 몇 퍼센트인지도 같이 적힙니다.
이게 왜 적히느냐면, 일정 규모를 넘는 거래는 공시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 규정은 양수하는 자산이나 영업의 규모가 회사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의 10% 이상이면 주요사항보고 대상으로 봅니다. 그래서 공시 서식에 비율을 적는 칸이 있습니다.
우리가 쓸 건 이 비율입니다.
역산하는 방법
1. DART 공시통합검색에서 보고서명을 지정합니다.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과 「영업양수결정」 두 가지입니다. 9화에서 쓴 그 화면입니다.
2. 우리 업종 또는 인접 업종으로 좁힙니다. 회사명 대신 업종으로 훑으려면 기간을 넓게 잡고 목록을 훑는 편이 빠릅니다.
3. 각 공시에서 두 숫자를 꺼냅니다. 취득금액, 그리고 자기자본 대비 비율입니다. 서식에 따라 자산총액 대비로 적힌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기준인지 표시해 두십시오.
4. 나눕니다.
자기자본 = 취득금액 ÷ (자기자본 대비 비율)
취득금액 50억이고 자기자본 대비 5%라고 적혀 있으면, 그 회사 자기자본은 1,000억입니다.
5. 반대로 뒤집습니다. 우리가 받고 싶은 금액을 그 비율로 나누면, 그 정도 거래를 할 수 있는 회사의 규모가 나옵니다. 받고 싶은 금액이 30억이고 실무에서 흔한 비율이 5%라면, 후보 회사의 자기자본은 600억 언저리가 됩니다.
이 숫자가 나오면 후보 목록이 확 줄어듭니다. 자기자본 600억 이상이면서 우리 업종에 인접한 상장사는 셀 수 있는 수입니다.
비율은 얼마로 잡아야 하는가
공시 191건에서 이 비율을 뽑아 분포를 봤습니다. 한 자릿수에 몰려 있는 구간이 있고, 수십 퍼센트까지 올라간 건도 있습니다.
비율이 높을수록 그 회사에게는 큰 결정입니다. 이사회를 거치고 주주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비율이 높은 거래일수록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고 깨질 확률도 높습니다.
그래서 후보를 고를 때 두 가지를 같이 봅니다. 그 회사가 우리를 살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를 사는 게 그 회사에게 큰 결정인가 작은 결정인가.
작은 결정인 쪽이 빨리 움직입니다. 대신 값을 세게 쓰지는 않습니다. 큰 결정인 쪽은 느리지만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값을 씁니다. 9화에서 본 매출 대비 1배를 넘긴 거래가 여기서 나옵니다.
합병 공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합병 공시를 보고 「이 회사가 인수에 적극적이구나」라고 읽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로 틀린 독해입니다.
합병 공시 69건을 따로 모아 읽어보면 대부분이 이미 지분을 들고 있던 회사를 흡수하는 건이었습니다. 자회사를 모회사에 합치거나, 계열사 둘을 하나로 묶는 정리 작업입니다.
합병은 사는 방법이 아니라 이미 산 회사를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매수 후보를 찾을 때 봐야 할 공시는 취득결정과 영업양수결정입니다.
후보 목록을 좁히는 순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규모로 거릅니다. 받고 싶은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기자본 구간을 정합니다.
업종 인접성으로 거릅니다. 같은 업이 1순위, 우리 제품을 쓰는 쪽과 우리에게 납품하는 쪽이 2순위입니다.
최근 인수 이력으로 거릅니다. 최근 몇 년간 취득결정 공시가 있었던 회사는 인수를 실제로 해본 회사입니다. 검토 절차가 있고 의사결정 경로가 있습니다.
공개된 사업 방향으로 거릅니다. 사업보고서나 IR 자료에 적힌 신사업 방향이 우리와 겹치는지 봅니다.
네 단계를 거치면 후보가 열 곳 안쪽으로 줄어듭니다. 그 열 곳이 매물 목록에 올려놓고 기다리는 것보다 값을 높게 쓸 후보입니다. 9화에서 매출 대비 1배를 넘긴 거래의 공통점이 「사는 쪽이 같은 업을 하던 회사」였던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후보 열 곳을 만들고 나서
목록이 나오면 그다음이 접촉입니다.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대표이사에게 직접 전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경로는 대개 셋입니다.
하나, 그 회사의 신사업·전략 담당 조직. 상장사라면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에 조직이 나와 있습니다. 인수 검토는 대개 이 조직이 먼저 받습니다. 영업 조직으로 들어가면 엉뚱한 곳에서 멈춥니다.
둘, 거래 관계를 통해서. 이미 거래하고 있거나 같은 거래처를 쓰는 관계가 있으면 그 선이 가장 빠릅니다. 소개받은 자리는 첫 미팅의 무게가 다릅니다.
셋, 자문사·회계법인을 통해서. 그 회사의 인수 검토를 맡아본 곳이 있으면 그쪽이 창구가 됩니다. 수수료가 붙지만 거절당했을 때 관계가 상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접 연락했다가 거절당하면 그 회사와의 거래 관계까지 어색해집니다.
접촉 순서를 정하는 법
열 곳에 동시에 연락하면 안 됩니다. 업계에 소문이 돕니다.
두세 곳씩 끊어서 접촉하십시오. 순서는 이렇게 잡습니다.
- 가장 값을 세게 쓸 것 같은 곳을 먼저 두지 않습니다. 첫 접촉에서는 우리도 준비가 덜 돼 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 두십시오
- 거래 관계가 없는 곳부터 시작합니다. 거절당해도 잃을 게 적습니다
- 두세 곳을 겪으면서 상대가 무엇을 묻는지 파악한 뒤, 자료를 보완해 본진으로 갑니다
첫 두 곳은 사실상 연습입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 곧 우리 자료의 구멍입니다. 18화의 실사 준비를 그때 보완하십시오.
한 가지 더 — 우리가 사는 쪽이라면
이 역산은 반대로도 씁니다. 회사를 사려는 쪽이라면 우리 자기자본으로 감당 가능한 거래 규모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우리 자기자본 × (실무에서 흔한 비율) = 감당 가능한 취득금액
여기에 8화에서 본 인수금융 한도를 겹칩니다. 「인수대금의 60~70%」와 「EBITDA 배수 − 순차입금」 중 작은 값이 빌릴 수 있는 돈입니다. 나머지가 우리 돈입니다.
이 두 숫자를 먼저 잡고 매물을 보면, 볼 필요 없는 매물을 거르는 데 드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왜 이걸 손으로 해야 하는가
여기까지 읽고 「이걸 전부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합니까」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맞습니다.
16화에서 본 네 가지 막힌 자리를 다시 떠올려 보십시오. 파는 쪽이 공개를 못 하고, 사는 쪽은 검색할 데가 없고, 값의 기준이 없고, 작은 딜은 아무도 안 맡습니다.
이 연재가 내놓은 답은 전부 그 빈자리를 손으로 메우는 방법입니다.
- 값의 기준이 없으니 → 9화에서 공시를 직접 세어 중앙값을 만들었습니다
- 만날 자리가 없으니 → 이번 편에서 공시를 역산해 후보를 찾습니다
- 맡아줄 사람이 없으니 → 18화의 자료를 스스로 갖춥니다
일본은 이 일을 개별 사장이 하지 않습니다. 전국 창구가 상담을 받고 민간 중개가 붙습니다. 독일은 국가가 거래소를 열어놓고 431개 지역 파트너가 무료로 돕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게 없어서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 겁니다. 이 방법들이 언젠가 불필요해지는 게 이 시장이 제대로 되는 모습입니다. 그때까지는 아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20편을 여기서 마칩니다.
1화에서 문 닫은 회사 100만 곳 중 팔고 나간 곳이 4%였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그 4% 안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스무 편에 걸쳐 나눠 적었습니다.
값을 잡는 법, 넘기는 방식을 고르는 법, 법이 걸리는 자리, 자료를 준비하는 순서, 그리고 상대를 찾는 방법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어떤 순서로 무슨 서식을 쓰는가는 책에 있습니다. 전수 분석 표와 계약 조항, 부록 서식 열 가지가 거기 들어 있습니다.
오늘 할 것
받고 싶은 금액을 정하고 5%로 나눠 보십시오. 그 숫자가 후보 회사의 자기자본 하한선입니다. 그 조건에 맞는 회사를 우리 업종에서 열 곳만 적어 보십시오. 매각 준비의 마지막 장이 그 목록입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영업양수결정」 공시 191건의 취득금액 및 자기자본 대비 비율 — 직접 집계
- 합병 관련 공시 69건 분류 — 직접 집계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규정상 주요사항보고 대상 기준
191건 역산표와 비율 분포, 69건 합병 공시 분류, 후보 목록을 실제 접촉 순서로 바꾸는 방법은 『M&A와 엑시트의 기술』 49장과 50장에 있습니다.
이 글의 집계는 공시를 기준으로 한 참고 지표이며, 개별 기업의 인수 의사를 뜻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매수 후보는 어떻게 찾습니까?
상장사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과 「영업양수결정」 공시에 취득금액과 자기자본 대비 비율이 같이 적혀 있습니다. 취득금액을 비율로 나누면 그 회사의 규모가 나옵니다.
후보를 좁히는 순서는 무엇입니까?
규모, 업종 인접성, 최근 인수 이력, 공개된 사업 방향 순입니다. 네 단계를 거치면 후보가 열 곳 안쪽으로 줄어듭니다.
합병 공시를 봐도 됩니까?
매수 후보를 찾는 용도로는 맞지 않습니다. 합병은 대부분 이미 지분을 들고 있던 회사를 흡수하는 정리 작업입니다.
지분 구조 자가점검으로 바로 해 보십시오
실사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항목들입니다.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덟 칸을 채워 두십시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투자유치 · IR 자료
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우리를 살 수 있는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younsubjung.com, 2026.10.09. https://younsubjung.com/blog/find-acquirer-reverse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find-acquirer-reverse">정윤섭, 「우리를 살 수 있는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a> (younsubjung.com,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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