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안서를 쓰기로 결정하는 데 얼마나 걸리십니까.
대부분 결정을 안 합니다. 공고가 뜨면 일단 파일을 열고, 며칠 지나면 어느새 쓰고 있습니다.
그게 가장 비싼 방식입니다.
제안서 한 건의 원가
공공 용역 제안서 한 건에는 사람 시간이 꽤 들어갑니다. 공고 분석, 자료 수집, 목차 설계, 본문 작성, 검토, 인쇄와 편철, 발표 준비.
그리고 이 시간은 대개 회사에서 제일 바쁜 사람들이 씁니다. 대표, 기획 담당, 실무 책임자. 그 기간 동안 다른 일이 멈춥니다.
그러니까 제안서를 쓸지 말지는 자원 배분 결정입니다. 「넣어서 손해 볼 건 없다」가 아닙니다. 손해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네 개만 확인하면 됩니다
넷 중 둘 이상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접으십시오. 한 개면 보완이 가능한지 보고, 두 개면 대체로 늦습니다.
정량에서 지고 정성으로 뒤집는다는 계산
가장 흔한 자기 설득이 이겁니다. 「실적은 부족하지만 제안 내용으로 승부하면 된다」.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는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기술능력평가분야 배점한도의 85퍼센트 이상인 자를 협상적격자로 선정합니다. 이 문턱을 못 넘으면 가격을 아무리 낮게 써도 협상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 분야 안에서 정량 항목(실적·인력·재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정성 항목을 다 만점 받아도 85퍼센트에 못 닿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문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협상에 의한 계약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래서 계산을 먼저 해 보셔야 합니다. 정량에서 우리가 확정적으로 받는 점수를 적고, 정성을 후하게 잡아 더해 보고, 그래도 문턱을 넘는지 봅니다. 안 넘으면 제안 내용 이야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역 제한이 걸려 있는지 보십시오
판단을 바꾸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한경쟁입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1조는 여러 제한 사유를 두고 있는데, 그중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게 법인등기부상 본점소재지 제한입니다. 추정가격이 일정 금액 미만인 계약에서 참가 자격을 특정 지역 소재 업체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사업에서 이 조건이 붙어 있으면, 그 지역에 본점이 없는 회사는 아무리 잘 준비해도 넣을 수 없습니다.
공고문의 참가 자격 첫 줄에 대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과업 내용부터 읽기 시작하면 사흘쯤 지나서 발견합니다.
이 조건을 계속 마주치신다면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 지역 사업을 계속 노릴 거라면 지점이나 사무소를 두는 게 방법이고, 아니라면 그 지역 공고는 아예 목록에서 빼는 게 시간을 아낍니다.
따고 나서 못 하는 게 제일 큰 손해입니다
수주는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그런데 판단할 때 이걸 빼놓습니다.
제안서에 적은 인력이 착수 시점에 다른 사업에 묶여 있으면 교체해야 합니다. 교체는 대개 감점 사유이거나 발주기관 승인 사항입니다.
과업 범위가 우리 역량 밖이면 외주를 쓰게 되고, 마진이 사라지고, 품질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음 입찰의 실적으로 남습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는 계약 이행에서 부실·조잡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자를 부정당업자로 보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한 기간은 2년 이내 범위이고, 제한받은 자와는 수의계약도 할 수 없습니다.
한 건 무리해서 따려다 몇 년을 잃는 구조가 있습니다.
안 쓰기로 했으면 남기십시오
공고를 스무 건쯤 이렇게 처리하고 나면 패턴이 보입니다. 우리가 반복해서 못 받는 항목이 두세 개로 좁혀집니다.
그걸 갖추는 데 집중하는 게, 이길 수 없는 제안서를 다섯 건 더 쓰는 것보다 빠릅니다.
결정을 절차로 만드십시오
판단이 사람 기분에 달려 있으면 매번 흔들립니다. 마감이 임박하면 「일단 넣자」가 되고, 지친 주에는 「이번엔 넘기자」가 됩니다.
그래서 규칙으로 만들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공고를 받으면 이틀 안에 배점 지도를 만들고, 네 항목을 채점하고, 결론을 적는다. 결론은 셋 중 하나입니다. 쓴다, 안 쓴다, 이번엔 안 쓰지만 무엇을 갖춰 내년에 쓴다.
절차가 있으면 안 쓰기로 하는 게 실패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게 이 규칙의 진짜 목적입니다.
이 글의 근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조문을 확인해 적었습니다. 제한경쟁 요건과 제재 사유는 개정이 잦으니 공고를 볼 때 현행 조문을 같이 확인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입찰에 일단 많이 넣어 보는 게 좋지 않습니까?
처음 몇 건은 배우는 값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제안서 한 건에 들어가는 사람 시간이 상당하고 그 시간은 다른 매출 활동에서 빠져나갑니다. 이길 확률이 낮은 건을 계속 쓰면 회사가 소모됩니다.
어떤 신호가 보이면 접어야 합니까?
참가 자격 중 못 맞추는 항목이 있을 때, 정량 배점(실적·인력·재무)에서 이미 격차가 클 때, 과업 범위가 우리 역량 밖일 때, 준비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할 때입니다. 넷 중 둘 이상이면 접는 쪽이 대체로 맞습니다.
정성 평가가 크면 해 볼 만한 것 아닙니까?
정성 배점이 클수록 발표와 서술의 영향이 커지는 건 맞습니다. 다만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배점한도의 85퍼센트 이상이어야 협상적격자가 됩니다. 정성에서 뒤집으려면 그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합니다.
경쟁사가 몇 곳인지 미리 알 수 있습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발주기관의 과거 유사 사업 결과를 보면 대체로 어떤 성격의 회사들이 들어오는지 보입니다. 사전규격공개 단계에서 어느 정도 관심도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 쓰기로 결정하면 그 시간이 낭비 아닙니까?
공고를 읽고 배점 지도를 만들었다면 낭비가 아닙니다. 우리가 못 받는 항목과 그 이유가 남고, 그게 다음 분기에 무엇을 갖출지를 정해 줍니다. 읽기만 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을 때가 낭비입니다.
쓰기로 한 뒤에 중간에 접어도 됩니까?
됩니다. 다만 접는 시점이 늦을수록 손해가 큽니다. 그래서 착수 전에 판단 기준을 정해 두고, 며칠 안에 결론을 내는 절차를 만들어 두는 게 낫습니다.
제안서 분량 배분 계산기로 바로 해 보십시오
공고문의 평가 항목과 배점을 넣으면 항목마다 몇 쪽을 쓸지 계산해 드립니다. 목차를 짜기 전에 5분이면 끝납니다.
받아 두실 것도 있습니다 — 제안서 · 입찰 자료
이 글 인용하기
보고서나 발표자료에 옮겨 쓰셔도 됩니다. 출처만 같이 적어 주십시오.
정윤섭. 「입찰전략, 제안서 쓰기 전 다섯 질문에 답했습니까」. younsubjung.com, 2026.09.09. https://younsubjung.com/blog/bid-go-nogo
<a href="https://younsubjung.com/blog/bid-go-nogo">정윤섭, 「입찰전략, 제안서 쓰기 전 다섯 질문에 답했습니까」</a> (younsubjung.com,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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