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사업계획서, 평가위원은 무엇부터 볼까
평가위원석에서 사업계획서를 연달아 읽다 보면 아이템은 다른데 첫 문단이 비슷한 문서가 계속 나옵니다. AI로 쓴 초안이 왜 그렇게 되는지, 그 자리에서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지 적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여러 개 연달아 읽다 보면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이템은 전혀 다른데 첫 문단의 문장은 비슷합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든 물류든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같은 표현으로 시작하는 문서가 많습니다. 몇 개만 읽어도 비슷한 문장이 계속 나옵니다.
AI 로 초안을 쓰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고, 저도 강의에서 AI 활용을 권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AI 가 쓴 문장을 그대로 낸 팀과, AI 초안을 자기 걸로 다시 쓴 팀이 평가 자리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받습니다.
왜 비슷한 문서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 비슷한 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템 문제인식 파트 써줘」라고만 시키면, AI 는 그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을 조합해서 돌려줍니다. 근거가 될 숫자를 안 주면 AI 는 시장 통계를 아무거나 가져다 쓰거나, 있어 보이는 형용사로 빈틈을 채웁니다.
평가위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문장이 「AI 기반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 류의 표현입니다. 이 문장에는 이 팀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그걸 증명할 숫자가 있는지가 없습니다. 문장은 그럴듯한데, 평가자가 확인할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가위원은 이 문장을 어떻게 볼까
저는 숫자와 근거, 대표자의 경험, 그리고 주장과 증거가 맞물려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시장 규모 5조 원」이라는 문장을 보면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봅니다. 출처 표기가 없거나, 표기는 있는데 조사 대상이나 시점이 이 아이템과 안 맞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AI 에게 시장 조사를 시키면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업모델 설명이나 팀 소개 파트에서는 이 사람이 왜 이 문제를 풀 자격이 있는지가 안 보이는 계획서가 있습니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그래서 이 사람이 왜?」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AI 를 도입해 효율을 30% 개선했다」고 써놓고 그 30%가 어디서 나왔는지 다음 문장에 없으면, 그 30%는 그냥 지워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장과 증거가 붙어 있지 않으면 주장만 남습니다.
기술 설명과 사업성 설명은 다른 근육을 쓴다
AI 기업의 사업계획서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 있습니다. 기술 파트는 몇 페이지씩 상세한데, 그 기술이 왜 돈이 되는지로 넘어가는 순간 문장이 갑자기 짧아집니다. 모델 구조, 학습 데이터, 정확도 수치는 촘촘한데, 누가 돈을 내고 쓸지, 지금 쓰고 있는 대안보다 뭐가 나은지는 한두 문장으로 끝납니다.
기술을 설명하는 일과 사업을 설명하는 일은 다른 근육을 씁니다. 기술 설명은 「우리가 뭘 만들었나」를 보여주는 일이고, 사업성 설명은 「그래서 누가, 왜, 얼마를 내는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실제 평가에서는 기술 설명을 한참 들은 뒤에도 시장 규모나 고객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팀이 있습니다. 반대로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아도 「현재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있고, 이미 이 정도의 고객이 돈을 내고 있다」고 설명하는 팀은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럼 AI 를 어디까지 쓰면 되는가
AI 에게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사업의 근거까지 AI 에게 맡기면 안 됩니다. 대표자가 가진 경험과 숫자를 먼저 꺼내놓고, AI 는 그걸 읽기 좋은 문장으로 만드는 데 사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창업팀들에게 자주 하는 말도 같은 얘기입니다. AI 에게 숫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 말고, 내가 가진 숫자를 먼저 주고 문장으로 바꿔 달라고 시키라는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사고가 납니다.
정리
지금 작성한 계획서를 다시 열어보십시오. 숫자가 들어간 문장에 출처가 붙어 있는지 하나씩 확인해보면 됩니다. 출처를 찾지 못하는 숫자가 있다면, 그 숫자부터 다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시점에 따라 바뀌는 통계, 정부 공고 수치, 특정 사업의 배점이나 마감일은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지원사업 평가위원 · 투자심사 · 액셀러레이팅 운영 과정에서 반복해서 확인한 패턴과 판단 기준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기업명이나 특정 계획서 내용은 인용하지 않고 일반화한 장면으로 서술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로 사업계획서를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사업의 근거까지 AI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대표자가 가진 경험과 숫자를 먼저 꺼내놓고, AI 는 그것을 읽기 좋은 문장으로 만드는 데 쓰는 편이 낫습니다. 순서가 바뀌면 사고가 납니다.
평가위원은 사업계획서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확인합니까?
숫자와 근거, 대표자의 경험, 그리고 주장과 증거가 맞물려 있는지를 봅니다. 문장이 매끄러운지는 그다음입니다.
AI 가 만든 시장 통계나 숫자는 어떻게 검증합니까?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출처 표기가 없거나, 표기는 있는데 조사 대상과 시점이 이 아이템과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AI 에게 시장 조사를 시키면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기술 설명과 사업성 설명은 어떻게 다르게 써야 합니까?
기술 설명은 「우리가 뭘 만들었나」를 보여주는 일이고, 사업성 설명은 「그래서 누가, 왜, 얼마를 내는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다른 근육을 씁니다.
AI 기업 사업계획서에서 자주 지적되는 실수는 무엇입니까?
기술 파트는 몇 페이지씩 상세한데 그 기술이 왜 돈이 되는지로 넘어가는 순간 문장이 갑자기 짧아지는 것입니다. 모델 구조와 정확도 수치는 촘촘한데 누가 돈을 내고 쓸지는 한두 문장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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